[일본야구] 정민태·조성민 올해는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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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팬들에게 가장 친근한 일본구단은 선동열,이종범이 활약한 주니치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한국선수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팀은 일본 최고의 명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말 장훈 선수가 뛰기도 했던 요미우리는 이후 96년에도 조성민 선수를 스카우트하며 한국야구의 일본진출 길을 열었다. 96년 선동열의 일본진출때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던 팀은 요미우리였다. 이 결과, 요미우리는 정민철와 정민태 투수 등이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입단을 희망할 정도로 한국선수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깊은 인연에 비해 그동안 요미우리에서 한국선수들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해온게 사실이다. 조성민이 98년 전반기 반짝했을뿐 그 이후론 누구도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주니치에 진출한 선동열,이상훈,이종범이 99년 팀의 리그우승에 공헌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요미우리에 입단한 한국선수들의 이런 부진의 원인은 부상과 극심한 경쟁의 탓이 컸다. 일단 외국인 투수 엔트리가 2명으로 제한되어 있었기에 한국선수들은 매년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국의 메이저리급 투수들과 격렬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야 했다.

특히 작년같은 경우엔 한국 선수들만 세 명이었기에 그 경쟁의 강도는 훨씬 더했다. 또한 엔트리에 든다하더라도 최고의 일본투수들로 짜여진 요미우리 선발진에 우리 투수들이 파고들어갈 자리를 찾기란 어려웠다. 즉 실력에 관계없이 기회를 잡기조차 힘든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이 결과 올해 우리 선수들은 세 명이 거둔 승수를 다 합쳐봐야 3승에 불과할 정도로 팀 기여도가 극히 미미했다. 결국 지난시즌을 끝으로 정민철은 한국으로 유턴했고, 현재 남아 있는건 정민태와 조성민뿐이다.

그러나 최근 요미우리의 여건이 정민태와 조성민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내년시즌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 있다.

먼저 지난 2년간 10승대를 기록한 데럴 메이가 메이저로 건너가 외국인 엔트리 경쟁에서 숨통이 트인게 호재다. 여기다 올해 요코하마에서 온 고미야마가 메츠로 트레이드 된 것이나 노장 사이토의 은퇴또한 정민태의 선발진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현재 요미우리가 하라 감독 체제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쇄신을 시도하고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결과, 기존의 구도,마키하라,구와타 등의 노장 투수들이 예전만큼 확고한 팀내 입지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우에하라나 다카하시 외엔 확실히 선발을 굳힌 투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그만큼 정민태의 선발진입은 한층 수월해지는 셈이다.

요미우리의 마무리를 노리는 조성민도 사정이 나쁘지는 않다. 그동안 줄곧 요미우리는 불펜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는데 아직도 이에 대한 특별한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오카지마외엔 믿을만한 불펜이 없는 입장이다. 그만큼 조성민의 효용가치가 높아질 여지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조성민이 부상에서 회복되어 이전의 위력만 되찾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요미우리의 한국투수들을 둘러싼 이런 일련의 흐름은 여건이 작년보다 나아졌다는 뜻이지 결코 1군이 안정권이란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민태와 조성민이 부상에서 완쾌되어 스프링캠프 때부터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1군은 비관적이다.

또한 요미우리란 팀의 전력(前歷)을 감안할 때, 과연 전력보강 없이 올 스토브리그를 지나치진 않을 것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매년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요미우리인 만큼 언제라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 주니치에서 다케다를 데려온 것이나 메이저리거 출신인 존 워스딘을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올시즌은 분명 정민태와 조성민, 이 두 명의 한국 거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해가 될 것이다. 만약 올해에도 이들 두 투수가 팀내에서 이렇다할 입지를 굳히지 못한다면 장래가 상당히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유난히 외국인 선수에게 인내심이 부족한 요미우리란 팀을 감안할 땐 더욱 그렇다. 앞으로 정민태, 조성민 두 투수가 지금의 유리란 여건을 놓치지 않고, 1군에 진입해 99년의 한국돌풍을 2002년에도 재현할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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