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정 공백 걱정-격분한 각료들 사의 후 첫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2일 국회에서 오물세례를 입고 일괄 사표를 제출한 국무위원 중 장기영 기획원장관과 원용석 무임소장관을 제외한 전 각료가 23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한꺼번에 각료 거의 전원이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출근을 기피한 것은 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인데 이로써 사실상 「행정 부재」가 된 셈이 되고 이날 상오11시에 있을 예정이던 정례국무회의도 열지를 못했다.

<총리공관도 문 닫고>
삼청동 공관에 들어앉은 정일권 국무총리는 외부 인사와의 면회를 제한하고 아침 8시30분쯤 최병철 내각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전 공무원은 조금도 동요 없이 업무에 충실하라』고 당부했고 이어 9시 반쯤 원 무임소장관으로부터 이날 아침에 있은 공화당 당무회의의 결과를 보고 받았다.

<외객엔 「나갔다」뿐>
「부재」 딱지가 붙은 각 부처 장관실에는 평소 그렇게 많던 외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비서들만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방을 지키고 있었다.
나오지 않는 장관 집에 알아봐도 대다수 『나갔다』는 대답.

<장 기획은 잔무 처리>
평일과 다름없이 아침 8시쯤에 출근한 장기회원장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잔무 처리 정도의 집무를 보고있다는 비서의 전갈이고 원 무임소장관은 『무역업자를 인도할 방미계획 때문』 에 일이 밀려 나왔다는 말.

<부지사회의에 불참>
이날 상오 10시 내무부에서 있은 전국부지사회의는 주재자인 엄민영 장관이 나오지 않아 김득황 차관이 대신 회의를 주재했고―.

<문교부도 서류만>
주인 없는 문교부장관실 탁자 위에는 이날 따라 「학원동향에 관한 정보」 쪽지가 놓여있었다.

<출근 차 되돌아와>
하루평균 30여건의 결재서류를 다루던 보사부장관실에는 이날 상오 10시 현재 10여 건의 서류가 밀렸고 아침 장관 댁에 간 출근 차는 『사퇴를 결의한 이상 총리 지시 없이 나갈 수 없다』는 장관 말에 되돌아왔다고.

<국장회의는 유산>
교통부서는 이날 상오 9시의 정례국장회의도 연기되었다.

<지방출장도 안 떠나>
김병삼 체신부장관은 부여와 진도우체국 기공 및 준공식에 참석키 위해 이날 출발하려던 여정을 역시 취소했다.
장관들의 돌연한 사표 제출로 당황한 것은 오히려 부처의 직원들인 듯, 박대통령의 처리결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