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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오물사건으로 소용돌이치는 정국-정 내각 총 사퇴의 저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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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벌 밀수사건을 따지던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빚어진 국무위원들의 오물세례 봉변사건은 정 내각의 일괄사표 제출이란 예상찮은 방향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정 총리이하 전 국무위원들은 22일 저녁 김두한 의원이 국회 본회의서 감행한 폭언과 폭행은 『정부의 권위와 위신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는 이유를 들어 박 대통령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23일부터 국회에는 물론 소관부청에 등청도 하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재벌밀수란 큰 덩어리 「이슈」와 씨름하던 정국이 마치 국회와 행정부간의 감정대립 같은 모습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빗나가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하오 엄 내무·서인석 공화당 원내 부 총무로부터 김 의원 사건에 대한 보고를 듣고 『시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의장의 면회요청도 거절당했으며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청와대주변에는 이번 김 의원 사건은 의원내각제인 경우 「내각해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평소 국회가 내각을 무시해 왔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입증한 것이며 법 이전의 중대한 문제』라고 풀이하고있을 정도로 초 강경 태도.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사표를 들고 들어온 정 총리 및 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약30분간 요담, 사표수리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일체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관측통들은 박 대통령이 2, 3일 동안 김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처리결과를 관망한 다음 「정부의 위신회복」에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타나면 「사표수리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재벌밀수에 관련, 정국 긴장을 초래한 책임과 법 해석상의 혼란을 불러일으켜 행정부로 하여금 신속한 단안을 내리지 못하게 한 책임을 따져 재무와 법무 검찰관계책임자의 인책을 들고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국방·김 체신 등을 물러나게 하는 부분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 재벌밀수로 파생된 정국긴장을 완화하고 국민여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일부 각료의 「대표적인 희생」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추리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좁으면 김 재무선, 넓으면 3, 4부 정도의 부분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김 의원의 사건이 여·야의 대결보다 행정부 대 입법부의 냉전으로 발전돼가고 있다는 사실, 재벌밀수를 철저히 파헤치기로 방침을 세운 정부가 이 사건을 매듭짓기까지에는 사건 전모를 아는 각료가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차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개각을 하겠지만,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당하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보아 결국 박 대통령은 정 총리 이하 전 각료의 사표를 이번에는 일단 반려하리라는 풀이가 가장 유력하다. <이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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