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신생아 전문의들 모신 이유 알고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서울 신사동 한 재즈카페에서 매일유업 이창근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이날 매일유업이 개최한 '제3회 매일모유연구소 세미나'가 끝나고 길을 나서던 참이었다. 5분만 시간 내 짧게 인터뷰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그럼 윗층(재즈카페)서 와인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할까요?"라며 흔쾌히 응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50여 명은 갓 태어난 신생아들을 주로 진료하는 소아학회 전문의들이었다. 언론사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이 대표는 이번 매일모유연구소 세미나에 의사들을 초청한 이유부터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 매일유업 이창근 대표

-모유연구소 세미나를 개최한 배경은.

"개인적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기업의 목표를 '이윤추구'로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니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로 하고 좋아할 제품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진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처럼 말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분유를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분유를 좋아하게 될까 고민해서 제대로 만들기 위해 이런 걸 하게 됐다.

-세미나에 초대된 이들이 신생아 전문의들인데 특별한 이유는.

"분유를 만들려면 모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신생아를 연구하는 의사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려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세미나의 주빈은 소아학회 회원들이다. 소아 중에서도 갓 태어난 아기(신생아)를 연구하는 의사분들을 초대했다. 연간 1~2회 정도 의사들 혹은 일반 소비자들을 초대해 모유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향후 분유 개발 방향은.

"우선 매일유업은 '아기똥 솔루션' 앱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가 아기의 변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아기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변 모양과 색을 보고 괜찮다 혹은 병원에 데려가봐라 등 회신을 하고 있다. 특히 분유를 먹은 아기들의 변 데이터가 무지 많다.(웃음) 향후 분유 개발에 활용할 것이다. 또 하나는, 엄마들한테서 모유 샘플을 받아 성분 검사를 하고 있다. 이는 학술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 엄마에게서 모유 성분이 어떻다는 과학적 자료가 학계에 아직 없다. 매일유업에서 대규모 모유 수집을 하고 있는데, 계속 하다보면 우리나라 엄마들 모유의 표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모유가 다를 것으로 짐작하고 하는 작업이다. 한국인 엄마 모유를 표준삼아 한국 아기들에게 필요한 성분, 덜 필요한 성분을 분석해 분유를 만들 것이다. 모유를 잘 연구하면 뭘 더 넣고 뭘 적게 넣어도 되는지 스마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먹어서 건강에 좋다는 입증이 확실히 된 성분만 넣을 것이다. 그래서 특정성분에 대해 입증이 안 됐고 논란이 되는 경우 제품에서 과감히 뺀다. 실제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특정성분을 뺀 제품도 있다. 잘 팔리던 제품이었는데 말이다. 굳이 더 넣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싸게 살 이유는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수분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데.

"영양이 부족한데 모유는 안 나오고, 할 수 없이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일반분유는 소화를 못 시키는 아기들이 있다. 특수처리된 분유를 먹여야 하는 경우다. 하지만 특수분유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도 드물 뿐더러 수요도 드물어 업체 입장에서는 선뜻 생산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국내 선천성대사증후군 환자가 17명이다. 매우 적은 숫자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특수분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매일유업은 선천성대사증후군을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한다. 한 번 생산하면 판매 안 되는 나머지는 다 버려야 한다. 팔리는 숫자가 몇 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단가를 비싸게 붙일 수도 없는 일이다. 1년에 한 번 생산하는데, 판매되지 않은 나머지는 버려진다. 만약 우리가 생산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외국 것을 직접 수입해 사먹어야 한다. 수입하려면 돈이 남아야 수입하는데 국내 수입상들도 외면한다. 고작 몇 십캔 산다고 누가 수입하려 할 것인가? 환자들만 난처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을하게 됐고, 일부 없는 제품은 직접 수입을 한다. 3차 의료병원에서는 매우 좋아한다. 환자에게 줄 분유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분유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면 언제든 성분을 교체할 수 있다. 돈이 안 되지만 계속 생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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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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