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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양에 던진 「함관의 울분」|「하꼬다데」서 제3신…본사 이중식특파원의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양의 물결은 세찼다.
발묶여 상륙하지 못한 채 1주일을 보낸 삼양수산 북양어선단 제2진이 「하꼬다데」항을 출발한 것은 8월30일 하오 6시40분. 이를 갈며 분통을 터뜨리던 선원들은 출어에 가슴부풀어 「하꼬다데」항을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10「미터」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뱃전을 사정없이 치는 파도. 선미를 뛰어 넘을 듯, 단숨에 배를 삼킬듯한 무서운 기세로 무리지어 뒤쫓는 상어떼는 또하나의 선단이었다.
이틀 밤낮의 항해가 끝나고, 9월1일 하오4시. 작업수역에 들어선 선단에 투망지시가 내렸다.
겨울 눈보라치듯한 세찬 바닷바람속에서 어망이 던져졌다. 각선50폭, 모두 2백 폭의 그물이 연어·송어를 쫓아 물속에 잠겼다. 그물 한 폭은 40「미터」, 모두 8천「미터」의 그물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북양을 뒤덮는 듯 했다. 선수와 선미, 그물 끝과 처음곳에 불이 켜지고 그물 사이마다 붉은기가 밤을 지켜새웠다.
첫 북양 나들이에 긴장한 듯 각선의 선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인양작업 지시를 기다렸다. 2일 새벽 5시. 파도는 새벽을 헤치고 뱃전을 뒤덮었다. 심한「파칭」의 연속에서 작업지시-. 「하꼬다데」에서 받은 모욕감에 대한 울분이 함께 터진 듯, 힘차게 어기여차거리며 끌어올리는 일순은 숨막히는 것이었다.
갑자기 15호선의 뱃전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1「미터」30「센티」의 상어 한 마리. 그것은 어둡고 침침한 바닷속에서의 첫 어획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거센 물결속에서 1시간30분. 첫 기쁨의 탄생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실망으로 엷어졌다. 고대하던 연어·송어는 한 마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상어 5마리, 고등어 20마리, 그것이 전부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6호선은 어망이 고물에 걸려 작업불능으로 보고되고. 격랑속에서 북해도로 대피령이 내렸다. 그래도 선원들은 크게 실망하진 않은 듯, 『내일은 문제없다』는 표정이었다. 3일하오 4시. 두 번째 조업이 시작됐다. 1차작업때보다 익숙한 솜씨로 그물을 던졌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먹구름이 밀려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원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해신처럼 보였다. 어망이 서로 엇갈려도 10분이면 각선모두 재빨리 제것을 도로 찾았다. 4일 상오5시. 두 번째 인양작업. 2「미터」50의 「공주리」가 끌려올랐다. 주둥이만해도 1「미터」가 넘는 이 대어를 두고 15호선의 전 선원들이 매달렸다. 30분의 고투, 그것은 선원 5,6명이 함께 들기에도 힘든 것이었다.
두 번째 어획고 15호선의 경우 「공주리」3마리, 가오리 1마리, 「시라」70여마리였다.
3차조업, 날이갈수록 어획고는 늘어갔지만 연어·송어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90여「톤」의 15호선. 「레이더」·어군탐지기·초단파 송수신기가 갖추어진 북양어선단이지만 현대 이기에는 익숙지 못한 듯 했다. 5일 작업일정을 끝내고 예정입항지인 「도꾜」 항만에 도착한 것은 7일밤 10시 4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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