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된 삼양다방, 전주시 기네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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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주시는 지역의 별난 자랑거리와 독특한 인물들의 얘기를 담은 『천년 전주 기네스』를 발간했다. 이현웅(72)씨는 성경 150만 자를 한지 1800장에 일일이 붓으로 필사해 이 책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 중학교 야구대회(18~27일)에 참가 중인 서울 선린중 야구부는 전주가 아닌 충남 공주시 봉황로의 한옥마을을 숙소로 잡았다. 부원 25명이 5개 방을 나눠 쓰면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를 오가며 시합을 하고 있다. 박덕희(44) 감독은 “호텔 못지않게 시설이 좋은 데다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한옥을 체험해보게 하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며 “전주 한옥은 추운데 여기는 한겨울에도 포근하다”고 말했다.

 공주 한옥마을은 겨울철에도 57개의 방이 꽉 찬다. 주말에 묵으려면 한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겨울철이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여타 지역 한옥 숙박시설과는 전혀 딴판이다. 한옥의 약점은 추위에 약하다는 점이다. 목재 기둥과 보는 시일이 지나면 뒤틀림이나 수축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둥과 벽체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서 외풍이 들어온다. 하지만 공주 한옥마을은 첨단 소재와 공법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했다. 시공을 한 ㈜채우림(구 스튜가)의 최원철 대표는 “특수 방식으로 완전 건조한 나무를 써 뒤틀림을 없애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교하게 재단·조립해 외풍이 들어올 틈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공주시 문화관광과 고정우씨는 “2010년 개장 이후 방이 춥다는 불만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옥이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멋과 기품을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들 사이에도 친환경 소재로 지어진 한옥의 진가가 재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건축 기법과 재료를 도입해 기능성을 높인 신(新)한옥이 출현하고 있다.

 아파트 건축에 쓰는 시스템 창호를 한옥 양식으로 재구성해 사용하고, 벽체 중간에는 유리섬유와 우레탄폼 등 단열재를 넣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전남도는 외관은 전통한옥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살기 편리한 생활한옥을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거실을 두고 방 안에도 화장실·욕실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남도 행복마을과의 신형욱 주무관은 “2중창·3중창으로 단열하는 대신 창을 과거 한옥들보다 훨씬 크게 내 집 안이 밝고 햇볕이 잘 들게 하는 것도 변화의 한 추세”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시·군과 함께 최대 4000만원을 무상 보조하고 3000만원를 저리 융자하며 한옥 건축을 장려하고 있다.

 전통한옥의 미적 원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편리함을 갖춘 스틸 한옥도 등장했다. 지난 5일 경북 경주시 불국사 숙박단지에서 상량식을 가진 황룡유스호스텔은 낡은 2층 목조 한옥의 지붕을 철거하고 3층으로 증축하면서 이 공법을 썼다. 기둥의 경우 벽체에 묻혀 안 보이는 부분을 철골로 시공하고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목조로 세웠다. 추녀와 서까래는 각각 철판과 원형 파이프를 나무처럼 채색해 사용했다. 건물 내부는 전통 재료인 한지·원목·흙 등으로 꾸며 한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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