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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투데이] '관시' 중시하되 계약은 꼼꼼히

중앙일보

입력

최근의 중국투자 붐은 가히 '차이나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한국의 중국 투자는 10년 만에 건수로는 5천6백여건, 액수로는 49억2천만달러(올 9월 실제 투자액 기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국 비즈니스는 도무지 안개 속'이라는 푸념이 나오곤 한다.

최근 KOTRA는 중국에 진출한 50개 기업의 투자 및 경영사례를 묶어 소개한 『중국투자 현장점검』이란 책을 펴냈다. 시행착오의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성공한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중국 투자의 공통된 노하우를 정리해본다.

◇ 현지 문화에 맞는 관리 체계 도입=상하이(上海)지역에 진출한 의류제조업체 A사는 조업 초기 근처 공장 수준에 맞춰 임금을 지급했다가 근로자들의 불만을 샀다.

A사는 현지인 관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급여체계를 기본급과 초과생산수당으로 구성해 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라인별 성과급제'를 도입해 목표 달성을 위한 조별 단합을 유도했다.

한국에서처럼 직원들을 야단치거나 주의를 주는 것은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깨닫고 상벌금제도를 이용했다.

작업현장에 실외화를 신고 들어가거나 침을 뱉으면 정해진 벌금을 물리는 식이다. 얼마안가 직원들 스스로 주의를 하게 됐고 생산성도 덩달아 올라갔다.

◇ 재고품은 중국에서도 안팔린다=한국에서 철 지난 제품을 중국에 가져다 팔려는 것은 십중팔구 실패한다.

다롄(大連)에 진출한 내의제조업체 D사는 이 지역 유행의 속도가 한국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홍콩.일본 위성 TV의 영향에다 해외 의류제조업체들이 들어오면서 패션 감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고품과 신상품을 매장에 같이 진열하면 소비자들은 용케도 신상품만을 집는다. 가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품질.고가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D사는 이 지역 백화점에 큰소리를 쳐가며 현금 장사를 하고 있다.

◇ 돈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중국에서 외상대금을 받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설비업체 B사는 상하이의 유명 빌딩에 설비를 납품하면서 '정해진 기간 내에 작동을 시작해야 돈을 받겠다'는 계약서를 썼다.

B사는 그 기간내 설비를 작동시켜 기계가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으나 중국 측은 "아직 빌딩이 차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설비테스트를 못하게 하며 지급기일을 늦췄다. 결국 2년 만에 간신히 돈을 받았지만 큰 손해를 봤다. 한국업체의 약점을 잡아 미수금을 지불하지 않는 중국인들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성공한 업체들은 대개 외상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제품은 중국측 파트너가 스스로 돈을 싸들고 오기 때문이다. 장사가 되는 제품이라면 중국 상인들은 현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 철저한 사전조사 있어야=미국 수출을 위해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주방용품 업체를 인수한 C사는 2백여㎞ 떨어진 수출항 칭다오(靑島)까지의 운송료 수준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40피트 컨테이너 운반비용이 3천8백위안으로 인천에서 웨이하이까지의 운송료와 맞먹는 수준이었던 것. 전기제품 수입을 위해 필요한 수입허가도 멀리 떨어진(서울~부산 거리) 지난(濟南)에서 받아야 했다.

전기요금도 지역마다 다르고, 원부자재 가격도 공급업체에 따라 터무니없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 관시(關係)중요하지만 계약서는 세밀하게=중국 비즈니스에서 '관시'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걸렸을 땐 중국인들의 태도는 돌변하기 일쑤다. 그럴 때를 대비해 계약서는 철저하게 작성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해 명기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는 사항도 계약서에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 골프업체는 '전등 설치 때 전구를 끼워준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없다는 이유로 전구값을 따로 물기도 했다.

◇ 중국어는 기본=통역에만 의존해 사업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제조업체는 통역만 믿고 중국 측 파트너와 상담을 진행하다 최종 계약서 작성 때 상대방이 지금까지 나온 것과 완전히 다른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알고보니 통역이 상대와 내통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겨 유력자에게 '은밀한 부탁'을 해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에도 통역을 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단독투자가 속 편하다=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합자형식으로 회사를 세웠다가 중국측 파트너의 농간으로 회사를 빼앗기고 철수했다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소규모 제조업의 경우 단독투자를 하거나 합자를 하더라도 선진국 기업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거의 공통된 충고. 그러나 네트워크가 필요한 유통업이나 대기업의 경우는 합자가 유리할 때가 많다.

이현상.권혁주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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