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맘에 안 들어 … 혁신학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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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현초등학교는 요즘 전입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학교는 주민들이 요청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 당초 규모는 학년당 4학급. 하지만 개교하자 전입생이 몰려들면서 올 3월에는 1학년 7학급, 2학년 6학급으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이 지역 학부모들은 학급 수를 더 늘려달라고 교육청에 요구 중이다. 과밀학급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입학예정인 1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는 29명. 인근 일반 초등학교인 강남초(21.7명)나 봉현초(25.9명)보다 많다. 상현초 조영원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을 넘으면 혁신학교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학교가 개교했을 때보다 수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부족한 교실을 늘릴 시간이 없으면 교장실과 과학실을 교실로 바꿔달라는 청원을 교육청에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지역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부모가 늘면서 해당 지역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과밀학급 논란이 대표적이다. 강남구 세명초는 학급당 인원 수가 45명에 달한다. 성동구 행현초 역시 인근 일반 초등학교보다 학급당 인원이 5~10명가량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학교에 가려고 위장전입을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혁신학교인 양천구 양천초 학부모 이모(43)씨는 “30만원을 내면 부동산업소에서 학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위장전입을 처리해준다”고 귀띔했다. 상현초에서도 관할 동사무소가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선수관리비영수증을 제시하는 가구만 전입신고를 받고 있을 정도다.

 과열 현상에 따라 혁신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그렇지 못한 단지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상현초를 배정받는 H아파트 109㎡형의 전셋값은 4억3000만원. 다른 초등학교를 배정받는 인근 A아파트(106㎡)는 3억4000만원 선이다.

 혁신학교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일반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공립 초등학교 교육이 부실하다 보니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혁신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자율적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1년에 1억원가량의 예산도 지원받는다. 상현초 학부모 양승은(40)씨는 “사립학교를 보낼 형편은 안 되면서 좋은 공교육을 받고 싶은 부모들에게 혁신학교의 교육 과정은 동아줄과 같다”며 “과열된 전세난과 과밀학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운·조한대 기자

◆혁신학교=학교 행정과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이 보장된다. 학급당 25명 이하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학급당 인원이 많다. 2011년부터 도입된 서울에는 31개 초등학교가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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