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입장권이 커피값보다 싼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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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K리그 클래식 시즌권이 헐값에 판매되고 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 현대의 이번 시즌 홈 19경기 시즌권 값은 6만원에 불과하다. 시즌권 덤핑 판매로 프로축구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K리그 클래식(프로축구 1부 리그) 구단들의 2013년 시즌권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한 시즌 홈경기(19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시즌권 값이 4만~8만원 안팎이다. 한 경기 입장료가 커피 한 잔보다 싸다. 게다가 선물까지 주니 ‘공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소위 명문 구단들도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에만 급급하고 있다. ‘축구는 공짜’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북의 시즌권은 6만원으로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중 네 번째로 싸다. 최근 4시즌 동안 두 차례 우승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구단으로 떠올랐지만 입장료 수준은 여전히 아마추어다. 성인 N석 기준 전북의 홈경기 입장료는 1만원이다. 그런데 시즌권을 구입하면 3200원만 내고 볼 수 있다. 할인율이 68%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입장료는 2000원대로 내려간다. 포항·울산 등 상위권 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하위권 구단은 공짜나 다름없다.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 시즌 5만원이었던 시즌권을 올해 4만원으로 내렸다. 대구 FC와 강원 FC도 시즌권 구입 시 각각 70%와 60.6% 할인 혜택을 준다. 시즌권을 사면 머플러·시계·사인볼 등 다양한 선물을 주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는 축구가 ‘공짜 스포츠’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한 구단은 시즌권을 사면 3만원짜리 레스토랑 식사권을 끼워주기도 한다.

 프로야구는 2007년 이후 매해 입장료를 올리며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의 2012년 내야석 시즌권(66~67경기)은 40만(한화)~80만원(두산) 수준이다. 평균 할인율은 25% 정도다. 2011·2012년 시즌 우승팀 삼성의 시즌권은 50만원이다. 1경기 입장료가 9000원인데 시즌권을 사면 7500원으로 할인해준다. 수도권 인기 구단 LG와 SK도 시즌권 할인폭이 25%에 불과하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경기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이다.

 K리그 클래식 시즌권의 더 큰 문제점은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단 관계자들이 발벗고 나서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과 관계 있는 기업에 시즌권을 강매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떻게든 시즌권을 팔아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즌권 가격보다는 판매 개수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K리그 클래식 시즌권이 K리그(2부 리그)의 반값에도 못 미친다는 점도 문제다. “공짜표를 뿌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K리그 FC 안양은 시즌권을 10만원에 판매 중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안양보다 시즌권을 비싸게 파는 구단은 FC 서울(14만원)과 인천 유나이티드(12만원)뿐이다.

 경기 티켓의 가격을 주먹구구로 산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프로축구의 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최선의 가격을 산출하는 게 아니라 당장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시즌권 덤핑 판매에 나서면서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구단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프로 경기는 소비자에게 파는 제품이다. 입장권 가격을 낮추려 하지 말고 제품의 불량 비율을 줄여야 한다.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며 “인기가 없다고 도매금으로 입장권을 팔다 보면 프로야구에 영원히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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