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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춤춘다, WBC 마구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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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나선다. 특히 각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의 피칭을 감상하는 건 WBC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이들은 각 리그를 지배한 최고의 무기를 들고 다음달 제3회 WBC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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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키의 ‘하드 너클볼’=미국 대표팀의 R A 디키(39·토론토)는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유일의 너클볼 투수다. 지난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하며 너클볼러로는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받았다. 너클볼은 공을 손톱 윗부분으로 밀듯이 던져 공의 회전을 억제한다. 이 때문에 공기의 저항을 받아 공이 흔들린다. 변화가 심할 경우 공이 아니라 나비처럼 날아오는 느낌을 준다.

 팀 웨이크필드(47·은퇴)는 시속 100~110㎞의 느린 너클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디키의 너클볼은 지난해 평균 시속 124㎞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다. 덕분에 ‘하드 너클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디키의 너클볼은 제구까지 된다. 현역 시절 너클볼을 던졌던 김경태(38) SK 코치는 “너클볼은 10개 중 5개만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 들어가도 성공이다. 그런데 디키는 7개 정도를 자신의 뜻대로 컨트롤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나카의 ‘마구 포크볼’=일본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8·라쿠텐)는 미국 스카우트를 매료시킬 무기로 포크볼을 골랐다. 다나카는 2010년까지 시속 150㎞대 직구와 최고 140㎞까지 찍히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2010년 말 포크볼을 연마한 다나카는 2011년과 2012년 1점대 평균자책점(20011년 1.27, 2012년 1.87)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웬만한 투수의 직구보다 빠른 시속 147㎞짜리 포크볼을 던져 일본 야구를 충격에 빠뜨렸다. 마구(魔球)에 가까운 공이다.

 포크볼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구종이다. 제대로 구사되면 미리 알고도 치기 어렵지만 낙폭이 작으면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 일본 취재진이 “포크볼이 제구가 되지 않을 때 위험을 느끼지 않는가”라고 묻자 다나카는 “혹시 내 포크볼이 잘못 들어가더라도 (치기 쉬운) 느린 공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대한민국의 대표 구종은 윤석민(27·KIA)의 고속 슬라이더다. 최고 시속 144㎞까지 기록된 슬라이더는 이미 2009년 제2회 WBC 준결승 베네수엘라전을 통해 ‘국제용’으로 검증됐다. 오른손 투수인 그의 슬라이더는 오른손 타자 바깥쪽 대각선으로 빠르게 휜다. 스피드는 직구 못지않고, 예리한 방향 전환이 일품이다. 베네수엘라의 메이저리거들도 쩔쩔맸다.

 윤석민의 슬라이더가 통하는 날에는 다른 변화구는 필요 없다. 윤석민은 2011년 10월 8일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07개의 공 중 77개를 슬라이더로 던졌다.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기 때문이다.

 정근우(31·SK)는 “(보통 슬라이더는 변화폭이 작기 때문에) 속았다고 해도 배트 끝에라도 맞힐 수 있다. 그러나 석민이의 슬라이더에 속으면 아예 헛스윙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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