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심화되는 빈곤 고착, 일하는 복지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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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빈곤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빈곤층 탈출 비율이 2006년 35.4%에서 2009년 31.3%로 떨어졌다. 2006년에는 100명 중 35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는데, 2009년에는 31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좀체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 국민의 통념과도 일치하는 조사다. 한 민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계층 상승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국민이 무려 98%나 됐다. 지난 15년간 소득 하위 10%의 소득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빈곤이 고착화되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빈곤 탈출과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경제 활력도 급감한다. 성장잠재력도 물론 떨어진다. 박근혜 정부가 이 조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까닭이다. 동시에 복지 정책 패러다임도 대폭 전환하길 당부한다. 지난 10여 년간 복지지출은 급증했다. 절대적인 규모는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꼴찌지만 지출 증가속도는 단연 1등이었다. 그렇다면 이만큼 복지 지출이 늘었으면 최소한 빈곤 탈출만은 늘어났어야 했다. 그러긴커녕 오히려 탈출이 줄었다면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에 문제가 많았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역대 정부는 퍼주기식 복지에 익숙했다. 대체 어떤 복지 모델을 지향하는지, 복지가 경제성장과 어떤 연계관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대신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하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만 고민해 왔다. 무상급식 논쟁과 증세 논쟁만 치열한 이유다. 이 점에 관해선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복지 모델은 설계하지 않고 지원책만 잔뜩 나열한 형국이다. 이렇게 해선 빈곤 탈출률을 절대로 높일 수 없다. 해법은 ‘일하는 복지’에서 찾아야 한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되, 그것이 일자리와 연계된 복지여야 한다. 시혜성 복지보다는 직업 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그래야 중산층 70% 육성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비전도 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