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몽마르트르 언덕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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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항도 부산에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같은 예술·문화거리가 만들어진다.

 부산시는 “오는 10월부터 중구 대청로에서 용두산공원까지 130m 구간에 ‘용두산 아트힐(Art Hill)’을 조성한다”고 17일 밝혔다. 현재의 직선형 거리를 S자로 바꾼 뒤 노천 카페, 거리의 화가와 연주가들이 작품활동과 공연 등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가 ‘부산판 몽마르트르’를 만들려는 것은 두 곳의 비슷한 역사적 배경에서 착안했다.

몽마르트르는 ‘순교자의 산’이란 뜻처럼 고난의 역사가 배어 있다. 몽마르트르는 1848년 프랑스의 2월 혁명이 일어난 본거지이자, 무장 봉기한 시민군이 시청을 점령했다가 정부군에 유혈 진압당한 ‘파리 코뮌’의 중심 무대였던 곳이다. 그 이후 파리는 ‘혁명과 예술’의 도시가 됐고 몽마르트르는 창작열에 불타는 젊은 예술가가 몰려드는 예술문화 거리로 재탄생했다. 또 인상파 화가 고흐가 살던 집, 소설가 스탕달의 유적 등이 새로 단장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두산공원은 일제 강점기에 일왕 숭배 의식을 하던 신사가 있던 곳이다. 광복 후에는 신사가 파괴되고 한국전쟁 때 몰려든 피난민이 삶의 터전을 꾸리던 곳이다. 한편으론 천재 화가 이중섭이 양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가난한 시인 박운삼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곳이다. 피난 시절 어려웠던 예술가들의 사연을 담은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 시대』의 주무대였으며, 박정희 유신 체제의 종말을 알린 ‘부마항쟁’(1979년)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 배경 이외에 문화예술인이 많이 살고 도심지의 야산으로 강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지형적인 유사점도 있다.

 부산시는 아트힐이 시작되는 대청로에 부산 근·현대 명소의 미니어처(축소모형)가 들어서는 광장을 조성한다. 여기서 용두산공원까지는 계단식으로 된 마당을 차례로 만들어 그림·연주 등 예술인이 활동할 수 있게 꾸민다. 공원 인근에는 공연·전시·교육 등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아트힐 커뮤니티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아트힐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한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대청로 인근의 국제시장과 보수동 골목 등을 아트힐과 연계하면 젊음과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상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트힐 사업은 부산시의 ‘대청로 임시수도 상징거리 조성사업’의 첫 단계 사업이다. 시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임시수도의 간선도로 역할을 했던 중구 연안여객터미널~부산우체국~보수사거리~임시수도기념관으로 이어지는 1.9㎞를 젊음과 역사, 문화가 있는 도시 상징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290억원.

 임기규 부산시 도시재생과장은 “내년 하반기 아트힐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부산에서도 파리 몽마르트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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