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이르면 다음 달 초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교황의 자발적 사임이라는 598년 만의 사태 때문이다. 교황청 규정에 따르면 콘클라베는 교황의 공석 이후 최소 15일이 지난 뒤 열도록 돼 있다. 통상 교황의 선종 후 열리는 콘클라베는 장례를 치른 뒤 애도 기간이 필요하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은 콘클라베 시작 시점을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키로 한 28일 이후 보름이 지난 다음 달 15일로 전망해 왔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생존해 있어 애도 기간을 둘 필요가 없다. 예고된 사임이라 추기경들도 미리 바티칸에 모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교황 퇴임 다음 날인 3월 1일부터 콘클라베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AP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추기경들은 종려주일(예수가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그를 환영한 걸 기념하는, 부활절 한 주 전 일요일) 미사가 열리는 다음 달 24일 이전에 새 교황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투표권을 가진 117명의 추기경이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이미 새 교황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유력 후보인 캐나다의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이 바티칸을 방문한 주교들을 정중하게 대접했지만 지난해 6월 더블린 국제신학회의에선 지루한 설교로 청중을 재워버렸다”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모은다고 한다. 콘클라베 시작과 동시에 투표할 수 있도록 다각적 평판 조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선두 주자로 꼽히는 교황 후보들은 콘클라베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꺼린다. 자칫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미 이슬람 비판 비디오로 상처를 입은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이 최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벌써 교황에 선출된 것처럼 말해 버려 그나마 남아 있던 가능성마저 날려버렸다”고 분석했다.
전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