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진짜배기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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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금준경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며칠 전 일이다.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다. 인기 영화를 패러디한 작품. 장교로 군 복무 중인 그가 조연출을 맡았단다. 원작을 감명 깊게 본 터. 망설임 없이 시청했다. 보는 내내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기발한 발상과 절묘한 패러디 덕이다. 이 영상은 곧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외 언론이 연이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원작 주연 배우도 관심을 가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기의 주역. 바로 공군 장병들이 참여한 영상물 ‘레 밀리터리블’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을 두고 말들이 쏟아진다. 많은 네티즌은 제2의 강남스타일이 될 것이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다들 군 콘텐트라는 사실에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군대와 창의적 콘텐트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 보였기에.

 사실 많은 청춘들에게 군대란 신성한 국방의 의무임과 동시에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위기’와 같다. 대부분 자신이 품었던 열망을 두고 떠난다. 학업을 중단하고, 꿈을 미룬 채. 그런데 이 부정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위기란 ‘위험’과 ‘기회’의 준말이라는 표현처럼. 그들의 결과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앞서 말한 친구는 군을 다르게 여겼다. 그에게 군은 꿈의 단절이 아닌 연장선이었다. 그는 PD를 꿈꾸었고 어디서든 바람을 잇고자 했다. 낙방의 쓴맛을 거듭 보았지만 그 끝에 낙이 찾아왔다. 공군 영상제작팀 장교가 되어 ‘레 밀리터리블’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군에서 삶을 개척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의 군 복무 시절 일이다. 스물다섯에 입대한 늦깎이 후임이 있었다. 그에게는 부모님이 안 계셨고 경제적 여유도 넉넉하지 않았다. 이 탓에 고교 진학 대신 막노동을 택했단다. 그는 군에서 지난날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이윽고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았다. 검정고시를 마음먹은 것이다. 잠잘 시간마저 줄여 가며 공부한 끝에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귀에 걸린 그의 입가가 아직까지 아른거린다.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추위를 원망하며 겨울잠에 빠진 채 기다려도 된다. 그러나 기다려 맞는 봄은 진짜배기가 아니다. 스스로 햇살을 이끌어 와야 진짜 봄이다. 두 사람은 ‘군’이 ‘꿈’을 죽인다고 여기지 않았다. 군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환경을 탓하며 현실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역경도 분명한 삶의 한 페이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긍정의 힘을 갖자. 마냥 햇살을 기다리지 말고 이끌어 오자.

 끝없는 제설과 애인과의 결별로 실의에 빠진 이병 장발장. 그도 마냥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오라고. 봄이여 오라고 목청껏, 있는 힘껏 노래 불렀다. “but I’m free for spring will come!(하지만 나는 자유야, 봄이 곧 올 테니까!)”

금 준 경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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