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펭귄옷 입고 강남스타일 말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번 남극탐험대에 선발된 대학생 10명은 남극에 머무는 동안 ‘특별한’ 흔적을 남겼다. 이들은 세종과학기지가 아니면 한국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남극에서 ‘유쾌한 한국 문화 전도사’로 활동했다.

남극 대륙의 하얀 눈밭에선 지난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었다. 10명의 한국 젊은이가 남위 64도 30분의 하얀 산등성이에서 펭귄옷을 입고 말춤을 추는 광경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50여 명의 외국인이 흔쾌히 말춤 행렬에 동참했다. 캐나다에서 온 필 에반스(29)는 “고국에 돌아가면 바로 유튜브에 올리겠다”며 흥겨워했다. 같은 배에 탄 외국인 승객들은 ‘코리안 펭귄맨’이란 별명도 붙여줬다.

탐험대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펭귄들이 놀라거나 다치지 않도록 멀찌감치 떨어져 말춤을 추는 모습, 아찔한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 앞에서 외국인들과 말춤을 추는 모습 등을 담은 ‘남극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다.

한국 전통음식인 불고기를 이역만리 남극 크루즈선의 정식 메뉴로 등극시킨 것도 탐험대의 작은 성과다. 1만7200㎞ 떨어진 한국에서 싸 들고 간 불고기 양념으로 조리장을 설득했다. 점심 메뉴로 제공된 40인분의 퓨전식 불고기는 결국 모두 동났다. 마이클 핀트 조리장은 “승객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아 다음 항해부터 정식 메뉴로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기발랄한 이벤트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엔 그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최강근(24·강남대 경제학과 4년)씨는 “니콜라스 에이사기레 전 칠레 재무장관과 1998년 한국 외환위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눴다”며 “어릴 적 겪었던 한국의 IMF 위기가 세계 경제에 큰 교훈이 됐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JTBC가 재클린 플라스 칠레 관광청장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함께했던 유희원(24·홍익대 시각디자인과 4년)씨는 “킹조지섬 공군기지에 관광객 대합실을 만드는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란 플라스 청장에게 “관광 때문에 환경이 훼손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날카롭게 되묻기도 했다.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 한국의 젊은 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뭇 무거운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원들은 “조금씩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려면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의 재정적 부담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현 JTBC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