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같은데 등급차이 왜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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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직업과 연봉, 생활수준까지 비슷한 옆자리의 동료끼리도 신용등급에선 큰 차이가 날 수 있다.연체경험, 거래실적 등 은행들이 CSS 등급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여타 조건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형 시중은행에서 직업군(상장회사 직원)과 연소득(3천5백만원)이 같은 세 명의 직장인 고객에 대해 CSS 등급 평가를 실시한 사례를 보면 이들의 신용등급은 1,5,9등급으로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표참조>.

1등급을 받은 A씨와 5등급인 B씨는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지만 대출금리가 연 8.5%와 연 11.0%로 2.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만약 두 사람이 2천만원씩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A씨는 1백70만원, B씨는 2백20만원으로 B씨가 50만원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하는 셈이다.

대출이 가능한 금액도 A씨가 B씨보다 5백만원 더 많다. 그나마 9등급으로 판정받은 C씨는 아예 신용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조건이 얼마나 다르길래 겉보기에 비슷한 듯한 세 사람의 신용등급이 이렇게 다른 걸까.

우선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씨의 경우 최근 1년 이내에 대출금이든 카드대금이든 연체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주요 이유다. 또 예금액이 꽤 많고 급여이체와 공과금 자동이체를 하는 등 은행 거래실적도 우수한 편이다.

5등급인 B씨는 A씨와 달리 자기 집을 갖고있기 때문에 얼핏 조건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대출금과 신용카드를 연체한 경험이 있다는 게 결정적인 감점 요인이 됐다.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네 곳에서 받고 있다는 점 역시 은행 입장에선 요주의 대상으로 여길 만하다.

대출이 거부된 9등급의 C씨는 대출금 총액이 본인의 연소득을 넘어설 만큼 과도한 데다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장기간 연체한 적이 있다. 현금서비스를 다섯 곳에서나 받고 있고 연체가 잦은 C씨는 요즘 은행들이 기피하는 전형적인 다중 채무자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자기 신용으로 대출받는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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