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체크 무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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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창업 100년이 넘는 영국의 유서 깊은 패션브랜드 버버리(Burberry)와 닥스(Daks)가 ‘체크무늬 자존심’을 놓고 소송전을 벌인다. 엉뚱하게도 양측의 본사가 있는 영국이 아니라 한국에서다.

 먼저 소송을 낸 것은 버버리다. 버버리의 한국 법인인 버버리코리아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LG패션의 셔츠 일부가 버버리의 체크무늬를 권한 없이 사용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LG패션을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버버리 측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표의 명성과 신용에 편승하고자 LG패션 측이 의도적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LG패션도 7일 “버버리를 상대로 맞소송을 내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LG패션은 “체크무늬는 전 세계 패션 브랜드들이 즐겨 쓰는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라며 “버버리의 주장은 악의적인 영업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LG패션 관계자는 “버버리가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 매장에서 고객들이 ‘버버리를 도용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 등 벌써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버버리가 실질적으로 겨냥한 제품은 LG패션이 국내 라이선스권을 가지고 있는 닥스 브랜드다. 버버리와 닥스는 각기 고유의 체크무늬 패턴을 의류·가방·액세서리 등 전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는 ‘체크무늬 브랜드’다.

 버버리(1856년 창립)·닥스(1894년 창립) 모두 100년 넘는 역사를 가졌다. 양사 고유의 체크무늬는 버버리가 1924년, 닥스는 1976년 도입했다. 또 다른 영국 브랜드인 아쿠아스큐텀의 경우 1853년부터 고유의 체크무늬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한국에서 영국 브랜드끼리 ‘체크무늬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버버리는 지난 2006년 제일모직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충남 천안의 ‘버버리 노래방’ 업주를 상대로 승소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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