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지금] '군인=눈 치우는 사람', 애환을 아시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인의 영원한 적은 ‘눈’이라는 말이 있다. 밤새 쌓인 눈을 치우며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한 예비역의 증언. ‘군인=제설 작업하는 사람’이란 웃지 못할 공식까지 등장했으니 그들의 고충도 알만 하다.

이처럼 눈과의 사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애환을 재치있게 풀어낸 영상이 있다. 최근 흥행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 밀리터리블’이다. 대한민국 공군본부 문화홍보과가 직접 기획한 이 영상은 실제 공군 40여 명이 배우로 참여해 직접 노래와 연기를 소화했다. 군악대는 연주를 담당했다.

5일 유튜브에 올라온 13분 가량의 이 영상은 네티즌의 뜨거운 호응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진입했다. 영상의 첫 장면은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장병들의 모습이다. 비바람에 맞서 배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던 영화 속 죄수들의 모습과 겹친다. 노래 역시 영화 음악을 그대로 사용했다. 여기에 가사만 군대 버전으로 바꿨다. “제설, 제설, 넉 가래를 들어. 제설, 제설, 넌 2년 남았어”라는 가사가 재밌다.

주인공 장발장과 자베르 중위의 갈등도 군대 버전으로 패러디했다. 장발장은 여자친구가 면회를 왔지만 제설 작업 때문에 면회에 늦고, 복귀마저 정해진 시간을 넘기고 만다. 무시무시한 원칙주의자인 자베르 중위와 부딪치며 갈등은 폭발한다. 마지막은 장발장을 비롯한 모든 장병들이 “봄이 오길 기도하며 눈이 그치길 원해. 쓸어도 끝이 없는 활주로의 눈 무더기. 하지만 나는 괜찮아 곧 봄이 와”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끝이 난다. 실제 영화에선 민주주의를 꿈꾸는 프랑스 시민군들이 다함께 부르는 노래다.

패러디 영상치곤 빼어난 퀄리티가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소 어설픈 연출과 장면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패러디물과 다르게 촬영부터 음악·연기·노래까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촬영에는 지미집 카메라(크레인 카메라)까지 사용됐다. 외부 인력이 아닌 군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란 점도 신선하다.

무엇보다 남성 네티즌의 공감을 얻는 데에 성공하며 영상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레 밀리터리블’ 영상을 보고 나의 군 시절이 생각났다”, “유튜브 영상 2분 넘어가면 잘 안보는 내가 10분 넘는 걸 몰두해서 봤네”, “쓸 데 없는 고퀄리티에 빵터졌다”, “이 사람들 포상휴가 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공감 멘션
이제 해군에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패러디물 나오나요? (@toaOOO)
그저 웃긴 건 줄 알았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당황했음. (@matOOO)
흔한 공군의 재능 활용 (@gewOOO)

유혜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