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국과의 평가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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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 조추첨에서 한국과 미국이 같은 조에 편성됨에 따라 9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양국간 친선경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팀끼리의 대결은 서로가 전력 누출을 우려해 경기를 꺼리는 것이 관례지만 대회 개막까지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는데다 양팀 감독 모두 흔쾌히 수락해 성사됐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본선 무대를 앞두고 서로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예비 월드컵' 성격을 띠게 돼 단순히 축구팬들의 관심을 뛰어넘어 전 국민적인 시선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한국대표팀으로서는 특히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미국을 맞아 그동안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던 체력과 세트플레이, 수비의 집중력을 보강할 기회다.

지난 달 26일 발표된 명단에는 최용수(이치하라), 황선홍, 유상철(이상 가시와)등 일본파들이 포함됐지만 최용수는 소속 구단의 차출 불가 입장이 통보된 상태고 황선홍과 유상철도 팀 일정 때문에 합류가 어렵다.

대신 공격수 안효연과 미드필더 박지성(이상 교토퍼플상가)이 합류하게 돼 새로운 공격과 수비 전술을 시험할 수 있고 골키퍼 김병지도 지난 1월 홍콩 칼스버그컵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돼 출전 기회를 잡았다.

주전자리를 굳힌 미드필더 이천수(고려대)와 최태욱은 이 경기에서 보다 정확한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세트플레이를 완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한 수비라인의 송종국, 최진철, 김태영은 상대의 세트플레이에 쉽게 실점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

이에 맞서는 미국은 조 맥스 무어(에버튼), 어니 스튜어트(브레다) 등 유럽파가 빠진 국내리그(MLS) 선수만으로 팀을 구성했지만 주전과 후보 가릴 것 없이 고른 실력을 갖추고 있다.

대표팀간 경기에 100회 이상 출장한 제프 애구스(새너제이)는 넓은 시야와 든든한 대인방어 능력을 갖고 있고 미드필더 코비 존스(LA)의 빠른 측면돌파도 위력적이다.

특히 존스는 사각지대에서의 스핀슛이 일품이어서 한국 수비수들은 세트플레이이에 대한 확실한 실전 훈련을 쌓을 기회가 왔다.

한편 한국 보안당국으로서는 9.11 항공기 테러사태 이후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미국과의 경기가 테러대책을 시험하는 기회가 됐다.

한국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KOWOC) 안전대책본부는 조추첨 행사를 마친 뒤 "이미 미국중앙정보부(CIA)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제부터는 대테러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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