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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 해운대 아성 무너지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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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을 덮은 불황의 그늘을 피한 대표적인 지역은 부산입니다.

특히 초고층 주상복합이 줄줄이 들어서며 ‘마천루’로 등극한 해운대구는 4년 새 아파트값이 3.3㎡당 214만원이 상승하며 2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5억원짜리 아파트가 4년새 1억원 올랐다는 의미죠.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 같네요. 아파트 거래가 줄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거래량은 2009 1916가구, 2010 12229가구, 2011 12839가구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8675가구로 전년 대비 23% 줄었습니다.

아파트값도 4년 만에 하락세를 탔습니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2009 5월 이후 34개월간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2012 3월 처음 하락했습니다.

2009 5 3.3㎡당 603만원이었던 아파트값은 825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이후 주춤하던 아파트값은 현재 3.3㎡당 818만원으로, 올 들어 0.2% 내렸습니다.

해운대구 좌동 LG 1 161㎡형은 지난해 1 38000만원선이었지만 현재 33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입주한지 1년 된 우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분양가 이하에도 매물이 나옵니다. 118㎡형은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싼 78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됐습니다.

활황이었던 해운대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유로는 공급 집중이 꼽힙니다.

최근 2~3년간 주상복합 공급이 몰리면서 고급 아파트로서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죠. 최근 2년 동안에만 지상 60층 이상 주상복합 4000여 가구가 입주했습니다.

조망 극대화한 설계가 되레 주거 만족도 떨어뜨려

주택수요는 거의 그대로인데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집값은 떨어지게 마련인데요, 고급 주택의 희소가치까지 낮아지니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찾는 사람뿐 아니라 떠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주거 만족도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초고층 건물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창문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같은 바람도 저층보다 세기가 커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요, 바닷가인 해운대구는 내륙보다 강도가 싼 바닷바람이 자주 불죠. 창문을 닫는 날이 많으니 가뜩이나 주상복합의 단점으로 꼽히는 환기가 쉽지 않습니다.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고 관리비는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거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있다는데요, 바로 조망 극대화를 위한 설계입니다.

해운대구에 들어선 주상복합은 대부분 초고층입니다. 바닷가에 들어서는 초고층 건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다 조망이겠죠. 건설업체들은 저마다 조망을 극대화한 설계를 선보였는데요, 문제는 이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는 점입니다.

80층 높이의 해운대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이모(54)씨의 경우를 볼까요.

이씨가 사는 아파트는 3면 개방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거실의 3면이 유리(창문)라 집안 어디에서나 멋 있는 바다 조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씨가 이 주상복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3면이 유리인 탓에 햇빛도 3면으로 들어옵니다. 여름이면 뜨거운 햇빛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반면 겨울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다른 집의 배 이상이었다네요. 이씨는 이 주상복합 입주 1년 만에 일반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부산 주택시장 활황을 선도했던 해운대구. 앞으로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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