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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 대사 수차례 초치 … 핵실험 보류 강력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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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를 막기 위한 막판 움직임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핵실험 강행 방침을 밝힌 이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여러 차례 초치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한반도 긴장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핵실험 보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2박3일 일정으로 3일 중국을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방중기간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와 만나 핵실험을 막기 위한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국 국방부와 군 고위 간부들은 휴일인 3일 정상 출근해 북한의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군 당국은 미국과 4∼6일 동해안 일대에서 연합 대잠(對潛)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국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함과 순양함 샤일로함은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1991년 걸프전쟁에 투입돼 이라크군을 초토화했던 위력적인 무기다.

 한·미·중 3국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핵실험 D데이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방사능 계측장비 설치와 케이블 연결 등 북한의 핵실험 사전징후로 볼 수 있는 조건이 거의 충족된 상황”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위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서쪽 갱도(2호)와 남쪽 갱도(3호)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김정일 생일(16일)을 전후해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개발은 김정일의 유훈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이 최대 명절로 여기는 그의 생일을 기해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4일 오전 핵실험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4일은 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보울이 열리는 날이다. 수퍼보울 대회 시간에 맞춰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압박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수퍼보울을 시청한 미국인은 1억1000만여 명으로, 이를 중계하는 CBS는 올해 30초짜리 광고를 평균 370만~380만 달러(약 40억2000만~41억4000만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실험과 추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겨냥한 것”(지난달 24일)이라고 밝힌 이상 미국에 충격파를 주기 위해 미국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날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저지 노력에 의해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뒤 전격적으로 진행했던 1차(2006년)와 2차(2009년) 핵실험과 달리 국방위·조평통 등을 통해 ‘김정은이 중대 결단을 했다’는 식의 발언을 중계 보도하듯 내놓고 있는 것도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벼랑 끝 협상술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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