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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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예절규범 중에서도 식사예절을 중시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한국인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규범이었다. 가족이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사소한 에티켓에서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까지 사회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자연스럽게 교육했다. 절제와 공존, 숙려처럼 품격 있는 사회를 유지하는 키워드가 식사문화를 통해 미래세대로 계승됐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식사문화는 낯부끄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큰소리를 내거나 어지럽게 뛰어다녀도 나무라는 부모를 찾아보기 드물다. 간혹 누군가 아이를 제지하기라도 하면 부모가 나서 아이 편을 들기 일쑤다. 부모는 “내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녀의 식당 활보를 방치하고, 종업원은 손님을 자ㄹ극하면 매상이 떨어질까 봐 못 본 척한다. 그 사이에 미래세대는 점점 더 무례해지고 거칠어졌다.

 경쟁적인 산업사회에 진입하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과 횟수가 적어지고 특히 식사를 함께할 여유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밥상머리 교육을 중시했던 우리가 외국에 비해 더 형편없는 식사문화를 갖게 된 것은 이 시대를 사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오죽하면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입에서 “저렇게 공공예절이 없는 아이를 내버려 두는 한국 부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겠나.

 밥상머리 예절교육은 단지 아이들이 에티켓을 습득하는 효과만 있는 게 있다. 식사를 하며 정기적으로 예절교육을 한 가정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성적이 우수하고 폭력성향이 적으며 음주·흡연 비율이 낮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예절교육이 아이의 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장래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올해의 어젠다로 ‘착한 스마트’, 즉 휴마트(Humanity+smart) 사회를 선정한 것은 고품격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제안이다. 밥상머리에서 조금씩 예절교육을 하는 것은 가정과 공동체, 사회의 건강성과 격조를 높일 수 있는 손쉽고 효과적인 실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