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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없다고…' 번호 이동하면 보조금 1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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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계절은 이제 겨우 ‘봄의 시작(입춘)’인데, 이동통신 시장은 벌써 한여름만큼 뜨겁다. 지난달 시작한 이통사 영업정지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3일 가입자들의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여러 대의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사용할 경우 기기별로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전까지는 여러 대를 써도 한 기기로만 혜택을 받았다. 예를 들어 VIP등급(멤버십 한도 10만 점)과 골드등급(7만 점) 두 회선을 가졌다면 과거엔 멤버십 포인트로 10만 점만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총 17만 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약 45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장기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기기 변경 시 27만원의 할인 혜택을 주는 ‘착한 기변’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영업정지 기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기존 고객을 겨냥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의 영업정지 이후 SK텔링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평소의 네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SK텔링크는 SK텔레콤의 자회사다. 지난해 5월 이동통신 재판매(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가받았다. 다만 계열사를 통한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우려해 SK텔링크는 SK텔레콤의 유통망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지난달 하루 평균 200건에도 못 미치던 SK텔링크로의 번호이동 가입자가 유독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엔 800건 안팎으로 급증했다. 할부원금 49만원짜리 갤럭시노트2, 25만원짜리 옵티머스G 등이 등장했다. 경쟁사에서는 “SK텔레콤의 부당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SK텔레콤 측은 “지난달 18일부터 알뜰폰에서도 LTE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사들 역시 휴대전화 1위 사업자의 영업정지를 기회 삼아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통업계에서는 최근 보조금이 80만~1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에서 아이폰5를 사면서 아무 중고 단말기나 반납하면 27만원을 깎아주고, 갤럭시넥서스·프라다3 등은 아예 공짜로 주는 경우도 있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KT는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만 4만원을 몰래 더 얹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이통사들은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KT는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줄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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