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재일학자 윤학준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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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선시대 양반문화 연구와 일본에서의 한국 문학작품 소개에 힘써온 재일학자 윤학준(尹學準)일본 호세(法政)대 국제문화학부 교수(한일문화비교론)가 지난 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69세.

전통적인 양반의 고장인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보낸 尹교수는 젊은 시절 공산주의에 심취해 한국전쟁 중 일본으로 건너가 좌익운동과 반한(反韓)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하지만 그 스스로 이데올로기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린 1970년대 이후에는 조총련계에서 한국 국적으로 변경하고 조선시대 양반문화 연구에 몰두했다.

尹교수가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95년 '나의 양반문화탐방기'를 펴내면서다.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가 됐던 '온돌야화(夜話)'(83년)와 '역사에 얼룩진 한국-한국양반기행'(93년)을 수정한 이 책은 딱딱한 학술서와는 달리 푸근하고 정겨운 필치로 조선시대 정통 양반문화의 이면을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당시 "양반문화는 고질적인 차별의식과 당쟁.허례허식 등으로 나라를 망친 원흉"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안동지역의 명문가들로부터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책은 2000년 '양반동네 소동기'란 이름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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