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센터에 고향땅 내준 지 10년 … 나로호 성공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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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떠나온 고향 땅에서 우주의 문을 열었다는 게 너무나도 감격스럽습니다.”

 지난달 30일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의 발사 성공을 남다른 감격으로 지켜본 이들이 있다. 나로호 때문에 실향민이 된 사람들, 삶의 터전을 나로우주센터 건립 터로 내주고 떠난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하반마을 주민들이다.

 2002년부터 마을을 떠난 이들은 나로호가 발사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삶의 터전은 물론 조상들의 묘지까지 이장하며 나로호 발사 성공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김동민(78) 전 하반마을 이장은 “선산까지 옮겨 가며 이주했는데 자꾸만 실패와 연기를 거듭해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다”며 “이제야 조상님들을 뵐 낯이 선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남해의 절경과 울창한 소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졌던 하반마을 자리에는 나로우주센터의 발사통제동이 세워져 있다.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하반분교에는 로켓 종합조립동이 들어서 나로호 성공의 산파 역할을 했다. 주민 100여 명이 살던 보금자리가 한국이 첫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서울·부산 등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주민들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2010년 세워진 망향비를 찾아 실향의 아픔 달래 왔다.

 노문성(63)씨는 “고향을 떠났지만 우주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발사 성공을 기원해 왔다”며 “내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의 문을 열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하반마을 주민들의 희생 덕분에 우주를 향한 첫 발을 고흥에서 뗀 것 같다”며 “2016년 구축 예정인 우주항공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지역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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