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개발 ‘마지막 승부’…3073억 긴급자금 추진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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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파산 위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가 나왔다.

개발사업이 무산될 경우 민간사업자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부터 돌려받는 사업 청산자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당장 3월 돌아오는 닥친 금융이자 등을 해결해 파산을 모면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30개 출자사 모임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이하 드림허브)를 대신해 실무를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AMC)은 민간 출자사가 사업 무산 때 코레일에 토지를 반납하는 대신 돌려받는 3073억원을 담보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자금을 긴급 조달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드림허브는 코레일로부터 용산 철도기지창 부지를 8조원에 샀다. 사업이 끝날 때까지 땅값을 단계적으로 내기로 하고 현재까지 모두 2조9271억원을 지불했다. 사업협약에 따라 만약 사업이 무산되면 코레일은 땅을 돌려받고 민간출자사에 계약금(7585억원)을 제외한 땅값과 기간이자(2877억원)를 줘야 한다.

기간이자는 민간출자사가 이미 낸 땅값에 대한 이자를 2008년부터 토지를 반납하는 시점까지 계산한 것이다. AMC가 이렇게 돌려받은 돈 가운데 금융 대출 원금과 이자를 내고 나면 남게 되는 돈을 활용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AMC 관계자는 “드림허브에 남는 청산자산까지 쏟아 부어 파산위기를 모면하려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AMC가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3월 12일 돌아오는 금융이자 59억원을 해결하고, 밀린 해외 설계비(103억원)를 지불할 수 있게 되는 등 파산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드림허브는 현재 1조원 자본금을 모두 소진하고 5억원도 남지 않아 사실상 파산 상태다.

AMC가 청산자산까지 활용해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은 기존에 추진하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드림허브의 1대 주주인 코레일이 추가 자금 투자를 결정해야 하지만 “민간이 증자에 나서지 않는 한 더 이상 자금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민간 출자사는 현실적으로 추가 자본금을 집행하기 어려워 CB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코레일측서 반대성사 불투명

지난해 11월 8일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2500억원 CB 발행을 결정하고 청약마감일인 12월 12일까지 어떤 회사도 참여를 하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청산자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출자사는 이 방법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코레일로부터 땅을 돌려받는 대신 땅값과 기간이자를 예정대로 주겠다는 ‘반환확약서’를 제공받아야 한다. 하지만 코레일이 이 방법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코레일 장진복 대변인은 “사업이 청산될 경우 우리가 민간업체에서 받아야 할 돈도 있어 얼마나 남을지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AMC는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해 코레일을 압박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드림허브 이사회 김기병 의장은 “반환확약서는 기존 사업협약서의 내용을 금융권에 재확인하는 절차일 뿐 코레일에 어떤 추가적인 자금 부담이나 위험을 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코레일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민간투자자의 요청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MC는 이번 자본금 마련 계획과 태스크포스팀 신설 등의 안건을 논의할 긴급이사회를 빠른 시일 안에 열기로 했다. 자금 마련 절차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3주 이상이므로 2월 중순까지는 이사회를 열어 최종 자금 조달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AMC는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업 추진 방향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 추진 계획을 전부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AMC 박해춘 회장은 “일단 사업 파산을 막고 나면 코레일과 드림허브 출자사,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통합개발이든, 단계적 개발이든 모든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일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44만2000㎡)와 서부이촌동(12만4000㎡)을 합친 56만6000㎡ 부지에 국제업무기능을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 2016년 말까지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빌딩을 포함해 쇼핑몰·호텔·백화점·아파트 등 67개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예상 사업비가 30조원에 달하는 이 사업으로 82조원의 경제유발 효과와 20만 명이 넘는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드림허브의 1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 등 출자사 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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