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택시회사, 지원금 100억 횡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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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회사들이 박봉에 시달리는 택시기사 처우개선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돌려받는 ‘택시 부가가치세 환급금’(이하 환급금)을 떼먹거나 불법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지자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세금이 새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인천지회가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부가세 분기별 집행내역’ 등 관련 자료를 본지 취재팀이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다. 인천시의 경우 18개월(2010년 7월~2011년 12월) 동안 60개 법인택시 회사가 돌려받은 환급금 중 100억여원이 기사 개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지역 거의 모든 택시회사마다 정식 고용된 기사 숫자를 수십 명씩 부풀리는 방식으로 매년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환급금을 챙겼다.

 지난해 인천시는 환급금 실태조사를 벌여 9억9000여만원(22개 회사)이 부적절하게 집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부실 조사일 가능성이 크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교통안전공단에 등록된 인천 지역 택시기사 수는 5300여 명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환급금 집행현황 자료를 보면 서류상으로는 9200여 명에게 환급금을 준 것으로 돼 있다. 대략 3900명분의 환급금(1인당 월 10만~17만원)이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장을 방문해 나름대로 충실하게 현장조사를 했다”면서도 “수사권이 없는 행정조사이다 보니 업체가 제시하는 서류를 근거로 검증한 탓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은 인천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에는 255개 택시회사가 있다. 취재진은 이 중 3개 택시회사의 환급금 집행내역(2009~2011년)을 입수해 분석했다. 회사별로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게는 130여 명의 기사에게 환급금을 주지 않았다. 서류상으로는 모두 지급한 것으로 돼 있었다. 택시업주들은 불법 도급택시 기사라는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환급금을 챙겼다. 양천구 소재 A사는 이런 식으로 불과 10개월(2011년 7월~2012년 4월) 동안 1억6000여만원을 빼돌렸다. 서울에만 5000여 명의 불법 도급택시 기사가 있는 것(본지 1월 9일자 1, 8면)을 감안하면 이런 식으로 새는 환급금만 줄잡아 연간 50억~8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회사가 불법 도급 기사를 정식 채용한 기사로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기사 수를 부풀린 뒤 이들에게 환급금을 지급한 것처럼 속였다”고 말했다. 이런 부패가 근절되지 않으면 ‘택시법’이 재의결되더라도 업주 배만 불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경남, 충청, 호남권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환급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광주 지역 택시업체들의 환급금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흐지부지됐다. 택시 부가세 환급금 제도는 올 연말로 폐지될 예정(일몰법)이지만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연장 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택시업계에 지원된 환급금 예산은 1800억여원이었다.

 한편 경찰은 서울·인천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이 같은 환급금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제보 등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갔다.

탐사팀=고성표·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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