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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에 산 강남땅 16년 만에 등기 … 편법증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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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이 각각 8, 6세 때 서울 서초동 땅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편법증여 의혹이 일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은 각각 8, 6세이던 1975년 8월 서울 서초동 땅을 샀다. 당시 김 후보자는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었다. 대지면적 674㎡(약 204평)에 이르는 이 부동산의 현재 시가는 60억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은 두 아들이 어떻게 땅을 구입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두 아들 명의의 서울 서초동 집. 김 후보자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1975년 8월 각각 8세, 6세이던 두 아들이 이곳 땅을 샀다. [오종택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김 후보자의 93년도 재산변동 사항이 게재된 94년 2월 28일 관보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은 91년부터 도입된 제도인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에 따라 부담금 8044만8000원을 낸 것으로 돼 있다. 당시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은 서울 등 7대 도시에서 661㎡(약 200평) 이상의 땅을 보유할 경우 주택에 부속된 땅엔 4%, 빈 땅엔 6%의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였다. 20대 중반이던 두 아들이 거액의 부담금을 어떻게 물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98년 9월에 폐지됐다.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매년 부담금을 계속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김 후보자의 아들은 91년에 건축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등기부등본을 보면 두 아들은 땅을 산 지 16년 뒤인 91년에 등기 접수를 한다. 75~91년엔 땅만 갖고 있다가 집을 짓기로 하고 등기를 한 것이다. 토지 형태로만 갖고 있을 땐 미등기 상태였다. 결국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을 적게 내기 위해 16년 만에 주택을 지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빈 땅으로 놔두면 부담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큰아들은 7세이던 74년 경기도 안성시의 임야 7만3388㎡(약 2만2200평)도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김 후보자로부터 증여받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임야에 대해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는 “주변 시가는 평당 10만원이지만 송전탑이 지나고 있어 3만원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20년 전인 93년 김 후보자는 이 땅을 1억6000만원으로 신고했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도 논란거리다. 병무청에 따르면 큰아들은 신장과 체중 미달로, 둘째 아들은 94년 통풍(관절 질병)으로 군 면제에 해당하는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큰아들의 신장은 1m54㎝, 체중은 41㎏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둘째 아들에 대해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통풍은 겉으로 명확하게 증세가 드러나지 않아 병역을 면제받는 구실로 많이 사용됐다”며 “인사청문회 때 철저히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도 “현재 신체검사 기준이 과거보다 강화됐기 때문에 당시에 적합하게 판정했는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둘째 사위 김범수 변호사가 한국 정부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벌이고 있는 론스타 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장인은 총리 후보자로 새 정부를 대표하는데, 사위가 ‘먹튀 자본’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사모펀드를 변호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리다. 지난해 11월 론스타는 “한국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지분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매각 수익에 대해 3930억원을 과세했다”며 한국 정부를 ISD에 회부했다. 해당 소송은 한국 최초의 ISD 재판이다. 대상 금액만 2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계 로펌 아널드앤드포터를, 론스타는 김 변호사가 소속된 세종과 함께 다국적 로펌인 시들리 오스틴을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2004년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사건을 맡아 한국 정부의 승소를 이끈 적도 있는 중재 분야 전문가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통합 능력과 국가경영 능력을 두루 갖췄는지,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헌법재판소장 출신이 총리를 맡는 게 삼권분립에 맞는지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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