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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외국인이 『I Love Korea!』 찾는 까닭 잊지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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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손민호 기자.

자랑부터 해야겠다. ‘외국인이 반한 한국’ 시리즈를 엮은 단행본 『I Love Korea!』를 못 구해서 난리란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책 좀 보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단다.

 week&은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공동으로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외국인이 손수 쓴 우리나라 여행기를 연재했고, 모두 65개 원고 중에서 33개 꼭지를 골라 지난해 12월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한국어·영어·중국어·일어 네 개 언어로 2000부씩 모두 8000부를 제작했다. 제작비 2억원은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예산으로 썼고, 책은 무료로 나눠줬다.

 배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국 호텔 50곳에 언어별로 10권씩 모두 2000권을 줬고,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17개소와 대한항공 해외지사 20개소에 모두 3650부를 보냈다. 8000부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한국방문의해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자료로 보관 중인 500여 부를 제외한 7400여 부가 한 달 만에 다 나갔다.

 처음에는 개인도 신청만 하면 보내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청자가 너무 몰렸다. 한 달도 안 돼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담당자에겐 신청 e-메일이 451통이나 배달됐다. 온종일 전화가 울렸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사무실까지 찾아온 사람도 여럿이었다. 교포는 물론이고,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 주인, 외국인 선수를 관리하는 프로스포츠 구단 직원, 외국과 무역을 하는 사업가, 미군부대 한국어 강사,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교장 선생님까지. 외국인의 우리나라 여행기가 이렇게 쓸모가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이미 40권씩 책을 받은 호텔도 책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호텔 로비 등에 비치했는데, 며칠 만에 손님이 모두 들고가 진즉에 동났다는 것이었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언어와 상관없이 가능한 한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했다. 경주 스위트호텔도, 이태원 해밀턴호텔도 책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개인이고 호텔이고 돈을 주고서라도 책을 사겠다고 한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 접수된 e-메일을 읽은 뒤에야 이 책에 쏠린 관심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겐 아직 이런 시야가 없었다. 그들의 자리에 서서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도가 없었다. 여태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명소를 고르고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만 우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금성의 나라에서 온 중국인에게 경복궁만 보여주고 있었다.

 2011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은 언어 소통(52.3%)과 부족한 안내표지판(21.5%)에서 가장 불편을 느꼈다. 아직 우리에겐 외국인 앞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가이드북도 없다. 외국인이 우리를 알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예산 사정상 500부 이상 추가 제작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대신 잊지는 말자.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남이 보고 싶은 건 같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이 반한 한국’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백두대간을 종주한 뉴질랜드 경찰, 추가열 노래를 줄줄 외우는 요르단 대사가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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