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이래 영업 이익이 눈에 띄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엔저(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등 환율 악재를 만나 빠른 속도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441만357대를 팔아 84조46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조4369억원, 당기순이익은 9조56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22조7910억원의 매출과 1조8319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8.1%)을 올렸다”며 “2011년 4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액은 10.7%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7%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5.6%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3%가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 이원희(53) 재경본부장은 “4분기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은 원화 강세 등 환율 변동 요인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22만6847대로, 전년 동기보다 11만7314대를 더 팔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문제는 올해 시장과 환율 전망 모두 현대차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 연평균 원-달러 예상 환율은 1056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강세 기조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며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호주나, 러시아에서는 일본 업체의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자동차 업체들은 2004~2007년 사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당시 30.6%였던 미국시장 점유율을 36.9%로 끌어올린 바 있다.
대신증권 박중섭(36) 선임연구원은 “원고-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업체들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별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환율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1만원(4.59%) 하락해 20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