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god 4집 들고 반가운 컴백

중앙일보

입력

박준형은 지독한 감기에 걸려있었다. 연신 콧물을 닦아냈다.

손호영의 부드러운 웃음은 여전했다. 누군가 '호영이가 우리 중심이에요'라고 농담하자 멤버들이 일제히 그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작곡가의 길을 밟기 시작한 데니 안은 왠지 이전보다 훨씬 밝은 표정이었다. 윤계상은 MBC'육아일기'에서 길렀던 아이 재민이의 소식을 전했다

. "재민이가 그룹 god는 아는데 정작 그 멤버들인 우리가 저를 길렀다는 사실은 잘 기억하지 못한데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상의 남성 그룹 god가 네번째 앨범 'god 제4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3집 '거짓말'로 명실상부한 인기 정상의 그룹으로 등극한 그들에게 지난 1년은 참 길었던 해였을 것이다. 박준형의 열애, 소속사에 의한 '박준형 퇴출'선언, 다른 멤버들의 복귀 호소 기자회견과 박준형의 눈물로 가득했던 기자회견….

출시가 몇차례 연기되다 발표한 4집은 한결 성숙해진 god를 보여준다.

흑백의 앨범 재킷 사진. 다섯명의 멤버들이 비내린 뒤의 큰 길에 서있다. 키 큰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있는 축축한 아스팔트 길. 다섯명의 시선과 몸짓은 모두 다르다. 여기까지 왔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대표곡 '길'은 그런 주제를 담은 곡이다. 그들이 형.아우하며 지내는 작곡가 겸 가수 박진영의 곡으로, 네번째 앨범만에 처음으로 멤버 모두가 노래에 동참했다.

"박진영씨와 우리의 관계는 일반적인 가수-프로듀서의 관계와는 좀 달라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요. 녹음 시간의 절반은 서로 이야기 하는 데 쓰입니다.'길'은 우리와 진영씨의 오랜 고민의 결과지요."(박준형)

"우리는 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우리의 고민을 담은 곡이지만, 그 고민이 꼭 우리의 고민만은 아니에요. 우리의 팬들, 나이드신 분들, 우리의 노래를 듣는 모든 분들의 고민을 담고 싶었습니다."(김태우)

대표곡 '길'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음반의 전체적인 색깔은 영국 가수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음악과 많이 닮았다.

영국팬과 비평가들로부터 '비틀스의 재래'라고까지 찬사받고 있는 젊은 가수 크레이그 데이비드의 음악은 쉽게 설명하자면 멜로디 라인이 분명한 리듬앤드블루스(R&B) 다.

'필 인 미''워킹 어웨이''세븐 데이스'등의 노래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의 새로운 음악적 경향은 일명 투스텝으로 불리는데, 박진영 스스로 그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듯이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god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같다.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데니 안은 열한번째 트랙 134-14'를 작곡하기도 했다.'다시'는 달콤한 멜로디와 윤계상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달콤한 팝발라드로 '길'못지 않은 사랑을 받을 게 분명하다.

3집 '거짓말'에는 인기 배우 전지현이 인상적인 내레이션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인기 탤런트 김정은이 '난 남자가 있어'등에 참가했다.

새 음반은 R&B.힙합.발라드 등 다양한 노래들이 어우러져 음반 전체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화려하고 팬들을 만족시킬 만하다.

다만 이제 다음 앨범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걱정되고 궁금해지기도 한다.

김태우는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믿었고 또 그랬더니 성공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멤버들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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