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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울」섬의 첩자|유엔군에 정보 주어 군사목표를 괴멸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군 요새탐지로 50만원 현상 붙었던 제2차세계대전때 일본군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라바울」섬(남양「솔로몬」군도)의 군사기밀을 연합군에 제공, 당시 일본군이 50만원(일화)의 현상금까지 붙여 수배했다는 이종원(50·인천시 송월동1가 7)시가 자신을 5년동안 보살펴준 최창순(58·성북구 쌍문동 414)씨의 고마움을 보답할 길이 없고 살림은 더욱 어려워져 간다고 본사에 호소.
이씨는 16세의 어린나이로 뱃사람이 되어 일본 민간상선(일본보급선)을 타고 남양군도를 전전하다가 당시 30만명의 일군이 주둔한「라바울」에 상륙, 보급관계일을 맡으면서 군사기밀을 탐지했다고,
1년반동안 일군의 병력배치와 시설등 각종 기밀을 탐지한 이씨는 43년 12월 야음을 타서 일군상륙용주정을 훔쳐타고 감시망을 피해 24일만에 연합군주둔지인「츠루브」에 도착, 「뉴기니」를 거쳐 호주「프리스벤」에 있던 연합군 작전처에 정보를 제공하여 일군의 군사목표를 파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징용되었던 한국인과 중국인을 많이 구하게 했다는 것. 「라바울」의 일군은 이씨의 탈출을 알자 50만원의 현상금을 걸어 이씨를 잡기에 혈안이 됐었다고 한다.
해방이 되어 고국에 돌아온 이씨는 일자리를 얻으려 했으나 선원이었던 그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이씨는 61년 가을 남대문시장에서 우연히 최씨를 만났다. 최씨는 「라바울」섬에서 창고계를 맡던 옛벗.
최씨는 과거 연합군에 유리한 정보를 제고하여 수많은 징용자들을 살게한 사나이의 처지가 너무나 비참한 것을 보고 자신도 솜틀가게를 경영하면서 간신히 생활을 하면서도 수입을 쪼개 현재까지 매달 2천원씩을 보태주고 있다고. 도한 3년전 우연히 만난 조문조(30·영등포동 7가 306)씨도 이씨의 처지를 동정하여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병든 부인(39)과 3남1녀를 거느린 이씨는 단간 셋방에서조차 쫓겨나자 이곳 저곳에 옮겨다니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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