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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전자화폐가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틴틴 여러분, 전자화폐를 써본 적 있나요.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사는 친구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플라스틱으로 만든 교통카드를 쓴 적이 있겠죠.

카드에 들어있는 돈이 떨어지면 다시 돈을 내 충전시켜 쓰는 선불카드식의 교통카드 말입니다. 교통카드 기능도 함께 하는 국민카드는 신용카드이므로 성격이 다르죠.

이같은 충전식 교통카드도 넓은 의미에서는 전자화폐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어요. 교통카드에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집적회로(IC) 반도체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의 판독기에 이 카드를 대면 요금을 척척 계산해내죠.

그런데 교통카드를 전자화폐라고 말하기엔 뭔가 찜찜합니다. 화폐(돈)이라고 할려면 버스나 지하철 요금뿐 아니라 물건을 사는 등 다른 곳에서도 현금대신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교통카드로는 그럴 수 없잖아요.

따라서 교통카드처럼 현금을 충전시킨 IC가 들어 있으면서 아무 곳에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가 전자화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것만으로도 전자화폐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어요. 왜 그러냐구요. 인터넷에서 쓰이는 전자화폐가 또 있거든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거나 돈을 내야 하는 유료 사이트를 이용할 때 전자화폐(사이버 머니)를 써본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쉽게 알 것입니다.

이 때는 IC카드가 없더라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터넷에서만 쓸 수 있는 사이버 머니를 받아서 가상공간에 저장해 놓고 쓴답니다. 이 것도 일종의 전자화폐랍니다. IC칩형 전자화폐와 구별해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라고 부르죠.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전자화폐는 IC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카드(IC칩형)나 인터넷의 가상 공간에 돈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도록 고안된 화폐(네트워크형)라고요.

전자화폐는 보다 편리하게 돈을 쓰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답니다. 지폐나 동전을 갖고 다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죠. 특히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자화폐의 필요성이 커졌답니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거나 유료 정보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자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어떻게 돈을 주고받느냐는 문제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화폐가 등장한 것이죠.

아직까진 전자상거래의 돈거래에 신용카드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신용카드의 돈거래를 위해선 은행을 거쳐야 하므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돈을 주고받는데 비용도 많이 듭니다. 또 신용카드 정보가 빠져나가면 손해가 커지는 문제도 있죠.

특히 틴틴 친구들처럼 신용카드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전자화폐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점을 쉽게 해결해 컴퓨터 상에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IC칩형 전자화폐는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생겼죠. 하지만 신용카드와 여러 면에서 다르답니다.

신용카드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면 그 즉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달 단위로 모아서 나중에 결제하게 되죠. 이에 반해 전자화폐는 미리 일정액의 돈을 저장해 놓은 뒤 물건을 살 때마다 저장해 놓은 돈을 꺼내 쓰는 방식입니다.

신용카드는 후불(後拂)로 일종의 외상거래를 하는 셈이고,전자화폐는 선불(先拂)이면서 외상거래가 불가능한 것이죠.

또 신용카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발행해주지만 전자화폐는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국내에서 인터넷 공간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전자화폐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몬덱스코리아라는 회사가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기에서 전자화폐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기에 전자화폐를 알아볼 수 있는 장치를 달아놓은 것이죠. 아직은 이런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기가 일부 지역에만 설치되어 있지만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전자화폐를 받는 영화관.식당.상점 등도 늘어나고 있어요. 서울 지역의 일부 택시는 전자화폐로 요금을 받기도 합니다. 또 전자화폐로 친구에게 돈을 보낼 수도 있게 된다고 해요. 머지 않아 전자화폐 단말기를 통해 다른 사람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전자화폐 사업을 하는 회사로는 몬덱스코리아 외에도 비자캐시.마이비.케이캐시.에이캐시 등이 있답니다. 이들 회사는 자기들이 만든 전자화폐를 사용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한창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자화폐는 당분간 1만원이하의 소액 결제에 주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화폐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2005년에 전자화폐를 쓰는 금액이 현금 결제금액의 5%수준인 3조원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자화폐의 사용방법은 네트워크형과 IC칩형이 조금 달라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발행 회사와 제휴를 맺은 은행이나 PC방.편의점 등에서 삽니다. 이 전자화폐에는 비밀번호가 있어요. PC방이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쇼핑이나 게임을 하고 돈을 낼 때 비밀번호를 넣으면 돈이 빠져나갑니다. 돈이 떨어지면 PC방이나 가맹점에서 돈을 내고 충전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IC칩형 전자화폐도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사야 합니다. 그러나 IC칩형에는 비밀번호가 없어요. 대신 IC칩형은 전자화폐 칩을 읽어내는 단말기가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어요. 돈이 떨어질 때 충전하는 것도 단말기에서 해야 합니다.

최근엔 IC칩을 휴대전화에 넣기도 해요. 휴대전화의 무선 통신망을 이용하므로 단말기가 없어도 전자화폐를 쓸 수 있는 것이죠.

전자화폐로 쓰는 IC칩에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고 했죠. 그래서 학생증.주민등록증.사원증 등의 신분증 기능과, 개인의 병력(病歷) 등을 입력한 의료카드 기능 등을 함께 하는 전자화폐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답니다.

그런데 각 회사가 저마다 전자화폐를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전자화폐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A라는 전자화폐 가맹점에선 B회사의 카드를 쓸 수 없는 문제가 생기게 된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전자화폐의 효용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전자화폐의 시스템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각 전자화폐 회사마다 자기가 만든 시스템이 더 낫다고 우기고 있는 실정이죠.정부도 전자화폐를 어떻게 표준화시킬까 고민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답니다.

차진용.최현철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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