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서 추출한 성장촉진제로 특허 … 숨은 키 최대한 찾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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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이 저성장 어린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하이키한의원]

큰 키가 경쟁력인 시대다. 덩달아 자녀의 작은 키를 고민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방학이면 성장클리닉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배경이다.

 키는 유전과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유전은 인위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영양과 운동·수면 등 후천적인 노력으로 ‘숨은 키’를 찾아낼 수 있다. 하이키한의원은 이러한 후천적 요인을 바탕으로 어린이 성장을 돕는 성장특화클리닉이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은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면 잠재된 키가 7㎝ 이상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키한의원의 성장 비법은 신물질 ‘KI-180’이다. 가시오가피·천마 등 17종의 천연 생약에서 추출한 한약 성분이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성장을 돕는다.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2005년 발견했다. 박 원장은 “한국 남성이 바라는 평균 키가 1m80㎝가 되는 추세를 반영해 이름을 KI-180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2006년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FASEB)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KI-180을 쥐에게 투여하자 성장호르몬의 일종인 IGF-1의 농도가 20% 증가했다. 뼈가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IGFBP3)도 11%가 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인정돼 2007년 KI-180은 성장촉진제로 특허를 획득했다. 이어 성장 촉진 효과 식품으로도 특허를 받았다.

 박 원장은 임상에서도 한방요법의 성장 효과를 검증했다. 성장 치료가 필요한 만 8~14세 남녀 어린이 706명을 대상으로 했다. 17종 한약에서 추출한 물질과 체질별 맞춤 한약을 처방해 성장호르몬의 변화를 비교해 관찰했다. 그러자 여아와 남아의 성장호르몬은 각각 32.7%·29.5%, 키는 연평균 7.2㎝·8.7㎝가 증가했다. 박 원장은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은 식욕부진·소화불량·비염·수면장애 등 매우 다양하다”며 “원인과 체질에 따라 한약을 맞춤 처방하면 체력도 보강되고, 성장호르몬 분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성장을 방해하는 ‘성조숙증’에도 주목했다. 성조숙증 어린이는 또래보다 앞서 급격한 신체 변화가 나타나므로, 성장판도 일찍 닫힌다. 사춘기가 1년 빨리 시작되면 성인이 된 후 최종 키가 평균 5㎝ 정도 작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박 원장은 성조숙증을 치료하기 위해 율무·인진쑥 등을 활용한 한방 치료법을 개발했다. 성호르몬 분비를 줄이면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치료법이다. 박 원장은 “흔히 성조숙증 어린이에게 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데 이는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한방요법으로 안전하게 성조숙증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이 이렇게 어린이 성장 치료에 전념해 온 배경에는, 자녀에 대한 부성(父性)이 자리했다. 그는 “둘째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너무 작았다.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에서 한의학을 바탕으로 안전한 성장 치료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동의보감 기록을 보며 발육 부진에 사용하는 여러 약재를 연구했다. 그 결과 아이의 키가 1년에 16㎝나 자랐다. KI-180도 그 과정에서 탄생한 성과물이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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