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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45주년, 안보의식 돌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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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68년 1월 21일, 북한 정찰국 소속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 습격 등의 지령을 받고 서울에 침투했다. 이들은 자하문을 통과하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되자 경찰에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시민들이 탄 버스에 수류탄을 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군경 수색대가 신속히 대응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 무장공비의 음모는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고한 시민 8명이 사망했으며, 군경 30명이 전사하고 52명이 부상당했다.

 희생의 대가로 우리 국민은 다시 한 번 북한의 호전성과 잔학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향토예비군과 학도호국단이 창설됐다. 민·관·군 통합방위체제의 총력전 태세를 구축하는 등 자주 국방 태세를 갖추는 계기도 되었다.

 1·21사태 발발 45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후세들에게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역사의 아픔을 역사 속에 묻으려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 의미와 교훈을 캐내고 오늘의 삶에 올바로 투영시킬 때 역사는 비로소 미래의 비전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그동안 북은 약 2800여 회의 무력 도발을 감행해 왔다. 앞으로도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도권 일대에서 고강도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은 어떠한가. 청소년의 57%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모른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로 안보의식은 희미하고 종북 세력들이 공공연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는가. 과거를 잊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 45년 전, 그 아픔과 극복의 역사가 미래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계 수방사전우회 총재·전 수도방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