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北대표단 만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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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장관급 회담 북측대표단을 만나게 될까.

북측대표단은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 머문다. 이 기간 중 盧당선자와 김영성(金靈成)북측단장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16일 오전 인수위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가 "북측이 면담을 요청해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고 말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 듯했다.

그러나 오후의 기류는 부정적이었다. 당선자 측의 신계륜(申溪輪)비서실장과 이낙연(李洛淵)대변인,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윤영관(尹永寬)간사 등이 모두 "검토한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盧당선자 측을 멈칫거리게 만든 이유는 뭘까.

우선 인수위나 당선자 주변의 신중론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은 현 정부에 맡기고 한발 물러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 없이 북측 대표단을 만나는 것이 盧당선자에게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측 수석대표가 바뀌었을 때만 대통령을 면담했던 기존의 관례에 비춰볼 때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반영됐음직하다.

통일부 측의 부정적인 기류도 감안됐다고 한다.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만남에 나서봐야 얻을 게 별로 없다"는 통일부의 입장이 당선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대미 특사단장인 정대철(鄭大哲)의원이 미국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적이 있었으나, 특사 파견도 취임 직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 내정자는 "당선자의 대북특사는 성과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盧당선자의 스타일에 미뤄 북측대표단과의 전격적인 회동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인수위 관계자들도 "면담을 요청하더라도 거부하겠느냐"는 질문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말을 흐렸다.

盧당선자가 직접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경우 당선자측 대리인이 북한 대표단을 맞아 향후 대북관계 기조 등을 설명하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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