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미국 팽팽한 핵 줄다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미 양측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성명.담화를 통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행정부가 핵 포기를 전제로 에너지.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하루 만인 16일 "국제 여론을 오도하는 기만극" "딴 목적을 위한 시간벌기용"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유감스러운 일로, (대화에 관한)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이 대응 수위를 올리지 않고 상대방에 바로 공을 떠넘기는 식으로 나오는 것에 미뤄 당분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이 당장 마땅히 쓸 만한 카드가 없는 점이나 미국이 이라크전에 매달리면서 대북 외교적 압박에 주력하는 것도 기싸움 쪽으로 가게 하는 요인이다.

북한이 5㎿e 원자로를 가동해도 국제 사회에 대한 충격파가 크지 않고,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핵재처리 시설 가동까지는 두달 이상 걸린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날 미국의 대화 용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입장 변화를 시사한 점은 주목거리다.

지금까지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대북 적대시 정책 청산)이 먼저 이뤄져야 핵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공정한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 시종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북.미 간 동시 행동을 강조한 것으로,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인상을 준다.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주장을 슬그머니 빼고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자주권 인정▶불가침 확약▶경제 발전 장애 부(不)조성을 핵문제 해결 조건으로 다시 들고나온 점도 눈길이 간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 차원에서 나온 것인지, 협상 의제를 다시 늘리겠다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이날 반응은 전체적으로 판을 깨지 않으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중과의 연쇄 협의를 거쳐 18일 방북하는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북.미 간 중재안에 대한 북한 태도가 주목된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