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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날로그가 살아 있는 곳 … CD 디자인에선 음악이 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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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2005년 창립작 ‘관악청년포크연합회’(김기조, 사진 위), ‘다이나믹 듀오’의 2011년 앨범(김대홍). [사진 지콜론북]

“‘음악을 시각화한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 자체로 행위예술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아트디렉터)

 “균일한 포맷 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 무수한 음반 사이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다는 것. 음반이 수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김기조 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디스크커버리(DISC.COVERY): 음반디자인의 발견』(지콜론북)에는 이 같은 육성이 가득하다. 아메바컬처의 김대홍, 앤디자인의 김명주, 스튜디오 브로콜리의 변인희, 멜론의 이기호, YG엔터테인먼트의 장성은 등 현재 활약 중인 음반 디자이너 15명의 인터뷰와 대표작 사진을 담은 ‘앨범의 앨범’이다.

  음악산업은 커졌지만 음반보다 음원이 소비되는 시대다. 하물며 음반 뒤에 숨은 디자이너에게까지 눈길이 미칠까. 디자이너 입장에선 음반이 LP에서 CD로, 이제는 음원 판매를 위한 손톱만한 이미지로 그 형태를 바꾸면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공간도, 또 만나는 소비자의 수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음반은 결코 죽지 않을 추억 상품이다.

 디자이너 이재민은 “레코드 가게에서 LP나 CD를 뒤적뒤적 골라 집어 오던 기대감, 집에 와서 비닐을 벗긴 후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부클릿(소책자)을 뒤적일 때의 가벼운 흥분, 추운 겨울날 등교 길에서 워크맨의 단단하고 차가운 버튼을 찰칵 누르던 촉감”을 돌아본다.

 파스텔뮤직 김민정 디자이너는 “CD를 넣고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부클릿을 넘겨보는 아날로그적 경험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일단은 CD를 사는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갖고 싶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며 ‘여전히 CD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호명한다.

 그러니 당신이 그때 음반점에서 사왔던 것이 예스러운 글자체 디자인으로 침착하게 개성을 뽐내는 ‘장기하와 얼굴들’(디자이너 김기조)이든, 풍부하고 화려한 비주얼로 일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샤이니’(민희진)든, 우리는 그걸 들고 와 비닐포장을 벗기고 알맹이를 꺼내 들으며 속지를 넘겨보던 그 설렘을, 비슷한 규격의 음반들을 사 모아 주르륵 꽂아놓고 뿌듯해 하던 감성을 공유하게 된다.

 그게 음반 디자이너와 우리가 만나는 접점이다. “좋은 디스크 커버는 디자인 자체의 예술성을 넘어서 해당 앨범의 음악 지향을 반영하는 ‘음악의 예고편’”이며 “명반은 그리하여 디스크 커버도 명작”(음악평론가 임진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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