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아베 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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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요즘 일본 관련 경제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 ‘아베 트레이드’라는 단어입니다.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름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인 일본 자민당 총재 시절 선거 공약으로 무제한 통화 공급, 대규모 토목 건설 등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약속했습니다. 심지어는 “윤전기를 돌려서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지요.

 이후 지난달 자민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하자 엔화가치는 떨어지고, 일본 기업의 주가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빗대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현상을 ‘아베 트레이드’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아베 트레이드의 원동력은 간단히 말해 재정지출의 확대입니다. 나랏돈을 시장에 많이 풀어 기업이나 개인의 수입이 늘어나도록 만드는 거지요. 돈이 생긴 기업·개인이 투자와 소비를 늘리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런 경기부양 정책이 절실했습니다.

 이처럼 돈이 많이 풀리면 일본의 돈값(엔화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국제 무역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은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1달러에 대한 엔화값이 1000엔에서 1200엔으로 싸졌다고 봅시다. 예전에는 1달러로 1000엔짜리 물품을 샀는데, 이젠 1200엔짜리 물품을 살 수 있습니다.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값이 싸진 일본 물품을 많이 사겠지요. 이처럼 수출이 늘면 일본 기업의 이익도 덩달아 증가합니다. 종업원에게 임금도 더 줄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 추진에 일본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베 트레이드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하는 한국에는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최근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며 일본과는 반대로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일본 제품은 갈수록 싸지고, 반대로 한국 제품은 계속 비싸지게 되면 해외시장에선 한국 제품 대신 일본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게 됩니다.

 하지만 아베 트레이드의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베 트레이드 같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은 일본이 이미 과거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입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으나 경기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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