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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밀리는 말리 반군 … 프랑스, 지옥 문 열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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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에브뢰 공군기지에서 프랑스군이 영국군의 C-17 수송기에 병력 수송용 장갑차를 싣고 있다. [에브뢰 로이터=뉴시스]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에서 이슬람 반군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5일까지 5일째 미라주 전폭기와 라팔 전투기들로 공습하고 있지만 반군들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정부군 기지가 있는 도시를 점령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서방 군대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끈질긴 저항에 의해 ‘지하드(성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말리 북동부 지역에 포진한 이슬람 반군은 3000∼4000명 규모. 당초 프랑스는 공습으로 상대를 제압한 뒤 말리 정부군을 앞세워 반군들을 동북부 국경지대로 몰아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반군들은 중부 핵심도시 코나에서 퇴각한 뒤 3일 만에 역공을 가해 인근 디아발리 지역을 차지했다.

 프랑스의 예상보다 반군은 강했다. 프랑스 대통령궁 관계자는 13일 “반군들의 무장 수준도 높고 잘 조직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강력한 말리 반군이 서구의 자업자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군의 무기와 군자금 중 상당부분은 서방에서 흘러들어왔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 이후 대량으로 유출된 무기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손에 넘어갔다. 반군 중 상당수는 리비아 내전 때 카다피 측 정부군 용병으로 참전했다. 정부군 안에서 쿠데타를 주도한 하위급 장교들은 지난 수년간 미군으로부터 훈련받은 엘리트다. 이들은 반군에 가세하면서 군사 기술과 함께 휘하 장병과 총기 등 군 장비까지 가져갔다. 게다가 타임지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지난 수년간 인질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수백만 달러를 반군에 건넸다.

 반면 프랑스는 지금까지 550명의 지상군만 파병했다. 그중 대부분은 프랑스인 거주자가 몰려 있는 수도 바마코 주변에 배치돼 있다. 말리 정부군은 병력 수 측면에서는 반군을 능가하지만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군대라 전쟁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작전 지역이 넓다는 것도 프랑스의 애로 사항이다. 말리는 면적이 프랑스의 두 배가 넘는 124만㎢로 세계에서 24번째로 큰 나라다.

 프랑스가 강한 저항에 부닥치자 군사적 개입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11일 단독으로 공습을 시작했다. 수도 바마코의 프랑스 주민이 위험에 직면한 데다 말리 대통령이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인기 만회를 의식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은 개입을 꺼리고 있다. 영국은 C-17 수송기 2대만 프랑스 기지로 보냈다. 미국은 작전 지역에 대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으로만 협조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에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가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물러선 경험이 있다. 유엔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었지만 참가국은 프랑스를 지지한다는 의사만 밝혔을 뿐 이다.

 프랑스군은 파견 지상군 수를 2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원국 중에서 나이지리아가 15일 가장 먼저 190명 규모의 선발대 파병을 발표했다. 그러나 BBC 는 “ 전황을 봤을 때 전쟁은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군 조직인 ‘서아프리카 단결 및 지하드 운동(MUJAO)’의 오마르 울드 하마하는 ‘유럽 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지옥의 문을 열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에서보다 더 위험한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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