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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테러」사건과 당국의 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9월에 있었던 「언론인 테러·폭파 사건」과 지난 4월 25일에 있었던 동업 동아일보 최 기자에 대한 「테러」사건을 꼭 동렬에 놓고 운운할 생각은 없으나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범인의 윤곽마저 포착하지 못하였다는 데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은 25일 밤, 최 기자가 두 괴한에 의해 폭행을 당한 후 그 이튿날인 26일 새벽에 이르러 『최영철 「펜」대 조심하라. 너의 생명을 노린다』는 등의 극악한 협박편지가 투입됐던 사건이니 만큼 어느 모로나 소홀할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물론 경찰은 곧 현장검증을 하고 범인 체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사인간의 폭행사건도 아니거니와, 의심할 여지도 없는 정치적 「테러」사건인 데도 불구하고 열흘이 넘는 오늘까지 이렇다 할 단서조차 잡지 못하였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요,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백하게 한 기자의 생명을 노리고 그 「펜」대를 꺾으려 하는 악의에 찬 폭력이 어떻게 이 시간까지 건재하고 있는 것인 가를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펜」대를 폭력으로 짓밟으려는 이 비열한 소행에 대한 우리의 공분 또한 사라질 길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본 란은 강원도 도하에서 있었던 빈번한 기자구속 사건에 대해 이미 그것이 얼마나 공인된 민주사회의 제 원칙을 유린하는 처사인 가를 지적한 적이 있다. 한편 「호남매일」에 대한 군중의 시위사건은 얼마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부당행위인 가를 지적하고 그렇듯 민주사회의 공기를 법의 보호 밖에 있게 한 현지 관헌의 책임도 물은 적이 있다. 때가 마침 명춘의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상기하기 쉬운 때인 지라 우리는 이와 같은 사건들의 근절이 시급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들이 모두 정치계절과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때가 그러한 과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때인 만큼 당국은 사건 처리에 보다 과감하고 신속해야 되겠다는 것뿐이다.
앞에서도 논급하였지만 자유언론의 생명을 폭력으로 유린하고자 하는 소행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다. 동시에 그것은 민주시민의 상식으로선 도저히 용납키 어려운 사건이다. 민주주의의 존립이 만일에 이러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심히 위협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곧 우리의 국가적 불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모름지기 이러한 사건들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대한 원초적이고 중대한 도전인 가를 알아야 한다. 결국 우리의 결론은 기자 「테러」사건이 촌각을 다투는 조사노력을 거쳐 하루속히 범인 자신과 그 배후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나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엄숙한 명령일 것임을 첨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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