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분산·아웃소싱 독일기업 벤치마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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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노동 유연성이 없고 임금도 높지만 우리보다 원가가 낮다. 자동화.권한분산.아웃소싱 등으로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다.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미국보다 독일이다. "

한진그룹 창업자인 조중훈(趙重勳)회장이 타계한 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장남 조양호(趙亮鎬.54.사진)대한항공 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趙회장은 지난 10~11일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임원 83명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그는 한시간여에 걸쳐 조중훈 회장 이후의 장기 경영 방향에 대해 심도있게 언급했다. 이날 趙회장은 책임 경영과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趙회장은 "지난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며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부터 2년간 모두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던 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권한이양을 통한 전문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여객.화물.기내식.항공우주.호텔면세 등 5개 사업본부별로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은 분식회계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눈앞의 수익만 노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면 더 손해다. 책임과 권한을 준 경영진에 대해서는 서비스의 질, 성장성, 수익의 순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

趙회장은 또 불황이 닥칠 경우 노동 유연성이 없는 한국에서는 똑같은 인력을 가지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유 기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임직원의 지식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분야의 전문가에 머물지 않도록 스스로 공부해야 하고 특히 외국어와 IT는 필수"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변하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따라잡기 위해 항상 30대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 대한항공 회장으로 취임한 趙회장은 96년부터 한진그룹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합리적인 성격이지만 원칙을 중요시해 적당주의와 구태의연한 방식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평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공석인 그룹 회장 자리에는 상중인 점 등을 감안해 당분간 취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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