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양민 학살… 미군의 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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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의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으로 미국이 비난받고 있다. 반세기 전 6.25 때 이 땅에서도 민간인 3백만명이 피아간의 오폭과 비인간적 행위로 희생됐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도 미군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이다. 장편소설 『어글리 양키즈』는 6.25 때 양민을 공산 게릴라로 오인해 무차별 학살한 한 미군 참전용사의 참회를 다루고 있다.

스티브 중사는 대원 12명을 이끌고 낙동강 전선 정찰 임무 수행 중 산자락에 움막을 치고 살던 피란민 일가족 5명을 공산 게릴라인줄 알고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부녀자와 아이까지 섞인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 앉아 있던 대원들은 공산군의 공격으로 몰살당하고 스티브 중사만 다리에 총상을 입은 채 살아남아 굴 속으로 은신한다.

그곳에서 소년과 맞닥뜨린 스티브는 그를 인질로 삼는다. 그 소년은 바로 전 자신의 가족을 학살한 미군임을 알면서도 스티브를 극진히 간호한다.백인우월주의에 빠져 소년을 사람 취급도 안하던 스티브는 정성어린 간호에 감복해 구출되면 그 소년을 미국으로 데려가 잘 양육시키려한다.

45일 만에 미군에 의해 구출된 스티브는 야전병원으로 후송되지만 소년은 작전지역에서 발견된 민간인은 포로라며 포로수용소로 보내져 결국 미군 병사를 도와준 반동으로 몰려 공산 포로들에게 살해된다. 그로부터 50년 후, 스티브가 한국을 찾아 그 소년과 자신이 죽인 민간인의 원혼을 달랜다는 것이 소설의 기둥 줄거리다.

기자 출신인 작가는 당시의 전투상황을 르포하듯 현장감.속도감 있게 다루며, 특히 전쟁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성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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