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술에 찌든 원주민에 고사리로 희망 심다

미주중앙

입력

`그레이스자선재단` 김진수 대표가 캐나다 기탄야우에 조성한 고사리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나의 마음을 흠뻑 적신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그레이스자선재단'의 김진수(뉴저지 거주) 대표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캐나다 원주민들이 자립하는 날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꿈은 3년 전에 정했다. 교회 단기선교팀과 함께 캐나다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들이 살고 있는 기탄야우(Gitanyow) 동네를 찾은 게 그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밴쿠버에서 승용차로 16시간 거리에 있는 그 곳. 원주민들은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과 자녀양육비를 받으며 맥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살고 있었고, 가정도 대부분 파탄난 상태였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더라고요. 삶도 없고, 의욕은 더 더욱 없고…."

이들의 삶이 망가진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캐나다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과 양육비가 되려 독이예요. 삶에 대한 동기유발 가능성을 완전히 앗아가거든요. 원주민 자살률이 캐나다 평균의 6배입니다.”

캐나다 원주민의 수는 약 100만 명. 스스로 생을 끊는 이들이 워낙 많아 25세 이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의 처참한 삶은 김 대표가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했다. "원주민들을 보는 순간,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제 큰 형이 알콜 중독으로 40대에 돌아가셨습니다. 둘째 형은 군대에서 자살했어요. 가정이 원만치 못했던 게 이들과 비슷했죠. 그래도 찾고 찾으면 희망이 있다는 걸 이들의 마음에 심어주고 싶었어요. ‘할 수 있다’는 자립심만 심어주면 이들도 직접 비즈니스를 하며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캐나다 고사리가 세계 최고의 고사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김 대표는 “바로 이거야!”라며 무릎을 탁 쳤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캐나다 테레스 시에 버섯 재배 회사 ‘긱스머시룸(Gitx Mushroom)’을 차렸다. 원주민들이 일을 하며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긱스사는 고사리 재배를 시작했다.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농사에 일가견이 있는 김 대표는 수십 명의 원주민들에게 일일이 고사리 재배법을 가르쳐줬다. 지난해 첫 수확이 이뤄졌고, 시장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미국, 중국 고사리는 물론, 한국 고사리도 캐나다산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김 대표는 미국 수출은 이미 시작됐으며 곧 남가주에도 판로를 열고 더 나아가 한국으로 고사리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남가주 진출 준비를 위해 8일 LA를 찾은 그는 “올해 목표는 고사리 1만 파운드를 재배하는 겁니다. 3년 뒤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걸로 봅니다. 그리고 7년 뒤면 사업을 모두 원주민들에게 넘길 겁니다."

최근 김 대표는 원주민 학생 7명과 학부모 2명을 뉴저지 자택에 초청, 학교들을 둘러보게 하고 맨해튼 관광도 시켜줬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이들 중 우수한 인재를 뽑아 미국에서 공부하도록 장학금을 주며 도울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원주민들에게 비즈니스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들에게 살아가는 방법과 삶에 대한 의지까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김진수 대표는 = 한국전력에서 근무했으며 1986년 도미, 스티븐슨 공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92년 소프트웨어 회사 이미지 솔루션스를 설립, 직원 500명의 대규모 회사로 키웠으며, 지난 2010년 매각했다. ‘성공한 아시안 기업인 50인상’ ‘언스트앤영(Ernst & Young) 기업인상’ ‘올해의 기업인상’ 등을 수상했다. 뉴저지 세빛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그레이스자선재단이 이웃을 위해 나누는 자선금 규모는 연간 20만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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