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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료의 맥] '추나요법' 한방에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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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나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방에서조차 존재를 찾을 수 없던 치료법이다. 이를 복원해 한방 치료로 정착시키고 보급해온 신준식(49.서울 자생한방병원장) 원장.

8대째 한의 가업을 잇고 있는 그가 척추질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부친이 허리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기 때문.

"경희대 한의대를 다닐 때 척추 결핵으로 쓰러지신 아버님(한의사)이 4년여 누운 채로 환자를 보고, 침을 놓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그는 회상한다.

추나는 글자 그대로 '밀 추(推)'와 '당길 나(拿)'가 결합된 글자.

인체의 비뚤어진 뼈와 관절.근육을 밀고 당겨 정상 위치로 환원시킨다는 뜻. 추나의 어원은 청나라 시대 의서인 의종금감에서 비롯된다.요즘 정형외과학에 해당되는 '정골(整骨)8법'에 소개된 용어라는 것.

그는 문헌을 뒤져 이 추나법을 찾아내고, 여기에 황제내경에 나와있는 도인안교법(導引按法)을 접목시켜 이론 체계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이를 환자치료에 적용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는 현대의학의 시각으로 보면 박물관에나 전시해야 할 '유물'처럼 보일 수 있었다는 것.

그가 미국과 일본을 드나들며 카이로프락틱이나 정골 요법을 배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추나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법으로 전승됐지만 조선조 때 신체를 드러내기 꺼려 하고,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풍조 때문에 쇠락했다"며 "서구의 카이로프락틱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수기(手技)요법이 빛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추나가 카이로프락틱 등과 다른 점은 뼈와 함께 힘줄이나 인대 등 연조직을 바로 잡아준다는 것과 약물요법을 병행한다는 점.

그가 개발한 3단계 약물 요법은 ^디스크와 염증을 가라앉히고,통증을 완화시키는 '핵귀 요법'^지속적인 관절 균형을 유지시키기 위해 근육.인대를 강화시키는 '양근 요법'^퇴행성 및 골다공증 환자들의 골밀도를 높여주는 '보골 요법'순으로 진행된다.

그가 약물요법에 사용하는 오가피.두충.우슬 등은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의 공동실험을 통해 뼈를 재생시키는 신물질 '신 바로메틴'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열린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추나는 현재 경희대를 비롯한 동의대.상지대 한의학과에서 정식 과목으로 채택돼 보급되고 있다.

그가 1991년 설립한 대한추나학회에선 5백여명의 회원이 학술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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