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음악회’ 열어 어려운 이웃 돕고 문화 소외층에 화음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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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좋아 모인 청소년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아산 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다. 노래에 특별한 소질이 없더라도 하고 싶다는 ‘열정’만 갖고 있으면 단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은 피나는 연습으로 얻은 ‘실력’으로 무료 정기공연과 이웃 돕기 라면 음악회 등을 펼치며 지역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아산청소년문화센터에서 아산청소년문화예술단 10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10일 오후 5시 아산 청소년문화센터 스마트 홀.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동요 ‘에델 바이스’의 노래가 문틈으로 흘러 나왔다.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는 기자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연습실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말끔히 유니폼을 차려 입은 10여 명의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노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노래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만들어진 소년소녀합창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단원 모두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것. 그저 노래가 좋아 몰려든 아이들이다.

 화가가 꿈인 여중생, 겨우 학교에서 곱셈과 나누기를 배우고 있는 막내 9살 초등학생 등 단원 면면은 특별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요성(56) 음악감독은 “아직은 서툰 실력이지만 다들 노래에 대한 열의가 남다르다”라며 “아이들이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말했다.

3일 아산청소년문화센터 스마트 홀에 모인 아산소년소녀합창단 아이들이 김요성 음악감독의 연주에 맞춰 동요를 부르고 있다. 아산소년소녀합창단은 올해 봄에 열릴 계획인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라면음악회에서 자신만의 꿈을 찾다

“노래를 하면서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노래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이날 연습현장에서 만난 채주은(16)·박수연(12)양은 자신들의 꿈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들은 성악가라는 같은 꿈을 갖고 단원 활동을 하고 있다. 소년소녀합창단에서 자신들만의 꿈을 찾은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으라니 단연 “라면 음악회”라고 입을 모았다. 라면 음악회는 매년 아산소년소녀합창단이 주최가 돼 열리는 특별한(?)음악회다. 1인당 라면 1봉지가 입장료를 대신한다. 모아진 라면은 지역의 애육원이나 저소득 가정에 전달된다.

 채양은 “지난해 10월에 처음 라면음악회 무대에 올랐는데 정말 감동이었다”며 “특히 우리의 공연으로 모인 ‘기부라면’이 어려운 이웃에 전달된다고 하니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양 역시 “라면음악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힘을 보태줘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공연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밖에 아산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해 12월 무료 정기공연을 펼치는 등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선물’하고 있다.

아산에 합창단 더욱 늘리고파

“타 도시에서 음악공부를 마치고 관련 분야에 종사하면서도 늘 고향인 아산이 그리웠어요. 아산에서 합창단을 꾸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었죠.”

 아산소년소녀합창단의 창시자 김 감독의 얘기다. 김 감독은 이 합창단 이외에도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모아 결성한 ‘은빛 합창단’과 여성회원들로 꾸린 ‘탕정여성합창단’, ‘레이디싱어즈’의 단장을 맡고 있다. 그가 합창단을 여러 개 만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의 고향인 아산에 합창단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던 것. 이 같은 노력으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산에 없던 정식 합창단이 지금은 20여 팀이 넘게 생겨났다.

 “합창단을 여러 개 만들었지만 다들 매력이 달라요. 소년소녀합창단은 순수함이 있고 은빛 합창단은 가슴을 아리게 하는 연륜이 있죠. 여성 합창단의 목소리는 정말 곱고 아름답고요.”

 또한 김 감독은 매년 지역에서 10여 개의 음악회를 개최하며 이 팀들 모두를 무대 위에 올린다. 주최는 다르지만 공연에는 김 감독의 합창단 팀이 모두 참가하는 것. 이 때문에 그가 여는 공연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합창단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제가 고향인 이곳 아산에 다시 와서 합창단의 저변확대에 노력을 기울인 지 정확히 올해가 10주년이에요. 이를 기념해 성격이 다른 4팀의 합창단을 한데 모아 대형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어요. 올해부터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다니며 소규모 음악회도 꾸준히 갖고 싶고요. 이를 위해 몇 개의 합창단을 더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김 감독은 자신의 고향인 아산에서 이웃들에게 합창단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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