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거래 없고 전셋값 32% 급등 … 반전세 재계약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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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침체로 신규 분양 아파트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3일 서울 한 아파트 건설현장의 얼음이 얼어 붙은 주택거래시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김도훈 기자]

자영업자인 조성수(54)씨는 2007년 말 파주 운정지구에서 108㎡형(이하 공급면적) 아파트를 3억3500만원에 분양받았다. 여윳돈으로 계약금(6400만원)을 내고 중도금(1억9200만원)을 은행대출로 해결했다. 살고 있는 서울 홍제동 102㎡형 아파트를 팔아 잔금과 은행 대출금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 아파트 입주일(2010년 6월) 이후 2년6개월이 지나도록 기존 집을 팔지 못했다. 시세보다 2000만원가량 낮춰 내놓았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는 새 아파트 잔금 연체금과 관리비 등으로 매달 70만원 이상 물고 있다. 은행 중도금 이자도 매달 80만원이나 낸다. 잔금을 못 내 새 아파트를 전세 주지도 못한다. 조씨는 “집이 팔리지 않아 2년 넘게 입주를 못해 모두 5000만원가량의 금융이자를 냈다”고 하소연했다.

 4년 전 퇴직한 허민석(58)씨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당산동 아파트 162㎡형을 팔아 수도권 외곽의 작은 곳으로 이사하고 남은 돈으로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려고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2011년 2월 집을 내놓았지만 2년 가까이 보러 온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는 “2011년 7억1000만원이던 걸 지금 6억5000만원에 내놓아도 안 팔린다”고 답답해했다.

 주택거래 침체의 고통은 집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세입자들은 뛰는 전셋값·월세에 힘겨워한다. 집을 팔기 쉽지 않고 집값도 별로 오를 것 같지 않아 당초 주택을 구입하려던 수요자들이 전셋집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최근 4년간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2.1% 올랐다.

 분당신도시 106㎡형 아파트에 전세 사는 직장인 최덕호(40)씨는 월급의 절반을 전세자금 대출 원리금과 이자로 내고 있다. 전세보증금 2억7000만원 중 1억원을 대출받아 120만원씩 내고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 전셋값을 올려주느라 3000만원을 더 빌려 20만원의 이자 부담이 더 늘었다. 그는 “아파트 관리비와 아이 유치원비·교통비 등을 내면 매달 적자”라며 혀를 찼다.

 전세보증금 상승분을 부담할 수 없어 월세로 돌린 뒤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도 많다. 서울 미아삼거리 주변 60㎡ 빌라에 전세로 사는 김덕환(35)씨는 지난해 말 ‘반전세’로 다시 계약했다. 집주인이 8000만원이던 전세 보증금을 1억2000만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상승분을 월세(30만원)로 돌렸다. 임대주택 전문기업인 클라코컨설팅 한문도 대표는 “국내 720여만 임차인은 최근 몇 년간 계약일만 되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인상 때문에 전전긍긍한다”며 “세입자들도 주택거래 침체의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이삿짐센터처럼 주택 거래와 연관된 ‘동네경제’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5만8010곳이던 서울·수도권 중개업소는 지난해 12월 말 5만1623곳으로 줄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안완수 강북구지회장은 “대부분 전·월세 거래로 먹고살지만 요즘 그마저 크게 줄었다. 한 달 400만~500만원은 벌어야 사무실 운영이 되는데 중개업소 절반 이상이 100만원도 못 번다”고 전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집 한 채가 거래되면 중개업·이사·도배 등 수십 명의 일거리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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