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라도 아끼자 … 수수료 싼 ETF에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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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수수료가 싼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주가지수 등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ETF는 ‘저비용 고효율’이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피 200 지수를 좇는 ETF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설정액이 49%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8600억원에서 12월 말 1조2800억원으로 4200억원 늘었다. 반면 규모가 가장 큰 펀드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설정액은 지난해 9월 말 1조1800억원에서 12월 말 1조3600억원으로 14%(18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운용사별 전체 ETF 설정액도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5200억원, 18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삼성자산은 95억원, 우리자산은 39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설정액이 급증한 두 운용사는 최근 공격적으로 ETF 수수료를 낮춘 곳이다. 미래에셋은 2011년 4월 코스피 200 추종형 ETF의 수수료를 기존 연 0.34%에서 0.15%로 내렸고, 이어 지난해 12월 0.09%로 낮춰 현재 최저다.

한국운용 역시 지난해 9월 인하경쟁에 동참, 코스피 200 추종형 기준 수수료율을 기존 0.3%에서 0.15%로 낮췄다. 반면 ETF 분야에서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코스피 200 추종형 ETF 수수료는 현재 0.35%로 가장 비싸다.

 ETF 수수료는 투자자가 펀드를 보유한 기간, 즉 주식시장에서 사서 되판 날짜 수만큼 일할로 계산해서 뗀다. 소액으로 잠깐 투자하는 개인은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는 수수료 0.01%도 따진다.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효과 때문에 수수료가 운용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구나 기관은 갈수록 ETF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가에게는 작은 수수료 차이가 큰 수익률 격차로 나타나므로 민감한 문제”라며 “일부 ETF가 수수료를 낮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금이 ETF에 유입되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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