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접속조사 앞뒤를 세심히 살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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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두 단어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구실을 하는 조사를 접속조사라 한다. ‘와’ ‘과’ ‘하고’ ‘(이)나’ ‘(이)랑’ 등이 있다. 이들 조사는 말뜻 그대로 앞과 뒤의 단어나 어구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 줘야 한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상념에 이끌려 이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금융계 경영자들은 단기 업적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인력 양성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를 보자. 그냥 휙 읽어 내려가면 넘어가기 십상이다. ‘투자를 해야’는 괜찮지만 ‘관심을 해야’는 어색하다. ‘관심을 쏟고[기울이고] 투자를 해야 한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확산형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선 영양공급이 우선이다. 고칼로리·고지방식보다 머리카락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와 미네랄을 늘려야 한다.” ‘단백질 섭취’는 좋은데 ‘미네랄’은 늘려야 한다고만 돼 있다. 단백질과 미네랄 섭취를 함께 늘려야 한다는 뜻이므로 ‘단백질과 미네랄 섭취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무더운 날씨와 비가 자주 내려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탓에 때늦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어와 단어, 어구와 어구를 동일한 형태로 이어 줘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와 비가 자주 내려’는 구(句)와 절(節)을 접속조사로 연결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부분을 ‘무더운 날씨와 잦은 비 때문에’ 또는 ‘날씨가 무덥고 비가 자주 내려’로 바꾸면 된다.

 “몸이 노곤한 봄철,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해 피로와 면역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좋으나 ‘피로’를 높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 ‘피로와 면역력을 높이는 데’를 ‘피로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로 고쳐야 반듯한 문장이 된다.

 “이 자동차의 정숙성은 기분 좋은 엔진과 배기음만 살짝 유입될 정도로 다른 잡소리는 듣기 어렵다.” ‘기분 좋은 엔진과 배기음만’을 ‘기분 좋은 엔진음과 배기음만’으로 고치면 깔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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