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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채식’… 소문 내기로 시작해 저지방 현미식 중심으로 실천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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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은영(36)씨는 새해를 맞아 채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이어트 욕심이 먼저였지만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크다. 유명 연예인들이 채식을 한다 하고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에도 채식 메뉴가 생기니 트렌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만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직장에서 식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간단한 생활 지침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채식에 성공할 수 있다.

 이효리·김효진·배종옥 등 유명인들이 채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채식으로 이어지거나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의미로 채식을 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육식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질병 치료 차원에서 채식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최근 강남 지역에는 채식 레스토랑과 채식 전문 뷔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채식 위주의 음식을 선보이며 ‘웰빙 헬씨 뷔페를 컨셉트로 하는 특급 호텔 레스토랑도 있다. 청담동 일대의 고급 식당들도 앞다퉈 베지테리언 메뉴를 제안하고 있다. 베지테리언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채식 유형에 맞는 요리들. 1 폴로 베지테리언을 위한 오믈렛과 오리구이, 과일 샐러드. 2 페스코를 위한 메로구이와 체리토마토. 3 락토 오보를 위한 양송이 튀김과 어린싹샐러드. 4 락토 오보를 위한 토마토모짜렐라카프리제와 낫또. 5 비건을 위한 쌈밥과 구운 야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배려 받을 수 있어 도움

채식을 결심했다고 해도 의지만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고기·생선·계란·우유 등 고단백 동물성 식품들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에서 자신의 의도에 맞춰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어렵다. 고기류를 즐겨 먹는 회식자리도 매번 불편하다.

 금연의 성공 조건 중 첫 번째가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라”는 것이듯 채식 역시 마찬가지다. 육류는 먹지 않고 동물성 식품은 어류만 섭취하는 준채식 유형인 ‘페스코’로 생활하고 있다는 치과전문의 김주리(32) 씨는 “채식을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리면 점심 식사할 식당을 고르거나 회식 장소를 정할 때도 배려를 받을 수 있다”며 “성격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한 유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채소와 과일로 된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 좋다. 3개월 정도 실천하고 나면 몸의 변화가 서서히 느껴지고 주변에서도 ‘얼굴 좋아졌다’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얻게 된다. 채식을 통해 건강상태가 좋아지면 주변 사람들도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채식을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페스코·락토 오보 등 취향 따라 채식 스타일 결정

붉은 육류와 가금류·어패류·달걀·유제품 등을 모두 먹지 않는 유형이 바로 ‘비건’, 완전 채식이다. 하지만 채식을 실천한다고 해서 채소와 과일만 먹는 것은 아니다. 채식도 여러 유형이 있다. 포유류의 살코기(붉은 육류)를 먹지 않지만 가금류(닭이나 오리 등)와 어패류 등은 먹는 ‘준채식’도 채식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붉은 육류와 가금류를 먹지 않고 어패류는 허용하는 ‘페스코’, 달걀과 유제품 등의 동물성 식품 섭취를 허용하는 ‘락토 오보’, 채소와 유제품 정도만 먹는 ‘락토’도 채식의 일종이다.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이 될 경우 페스코나 락토 오보 등을 선택해도 된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결정해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식품별 영양 성분, 조리법 배우면 선입견 해소

식품의 종류에 따른 영양 성분과 조리법 등을 공부하다 보면 채식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선입견과 우려됐던 점 등을 해소할 수 있다.

 고기·생선·달걀·우유 등을 먹지 않고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을까, 빈혈이 생기지 않을까, 골다공증 우려는 없을까 등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채식을 실천하는 의사들의 모임 ‘베지닥터’의 사무국장 이의철 원장(대전선병원 직업환경의학과)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루에 2g의 단백질만 있으면 근육을 만들 수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단백질은 밥 두 숟가락 정도면 보충된다.

시금치·무청·고춧잎과 같은 녹색 잎채소에는 쇠고기에 뒤지지 않는 많은 양의 철분이 들어있으므로 빈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현미에는 백미의 5배 철분이 들어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유나 멸치를 먹을 게 아니라 몸에 있는 칼슘을 과다하게 배설시키는 음식을 자제하면 된다. 현미밥·채소·과일에도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5년 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주부 김주영(37)씨는 “매년 건강검진을 하지만 골밀도 등의 수치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신체 나이가 4세 정도 더 어려졌다”고 전했다. 채소 소믈리에 겸 요리 전문가인 김은경 씨 역시 “채소나 잡곡류·견과류·과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식은 채소만 먹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채식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한다. 잡곡류·콩류·채소류·해조류 등 식품 종류와 영양 성분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채식 요리 강좌를 들으며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지방 현미채식이 답이다

이의철 사무국장은 “건강한 채식을 하고 싶다면 ‘저지방 현미채식’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지방 현미채식은 육류(포유류·조류), 어패류(생선·조개류· 갑각류), 계란, 우유 및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가공된 식물성 지방인 식용유 섭취도 최소한으로 하고, 설탕·흰 밀가루·백미 등 정제된 탄수화물 대신 현미·통밀·귀리 등 껍질이 있는 통곡물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현미밥의 양으로 체중을 조절=밥을 적게 먹고 채소를 너무 많이 먹으면 병적인 저체중이 될 수 있다. 체중이 너무 많이 내려가면 채소를 줄이고 밥량을 늘려야 한다. 체중이 너무 많아지면 밥량을 줄이고 채소의 양을 늘리면 된다.

 녹색채소를 즐겨 먹을 것=백색 채소보다 녹색 채소를 우선하여 먹는 것이 좋다. 녹색 채소는 백색 채소보다 철분과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뿌리채소나 열매채소도 곁들여서 먹는 것이 좋다. 익히는 것보다는 날것으로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콩류는 잡곡밥이나 두부반찬으로=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해서 콩류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 등 탈이 생길 수 있다. 밥에 조금 섞어 잡곡밥으로 먹거나 콩으로 만든 두부를 반찬 으로 먹는 것이 적당하다.

 견과류는 반찬으로=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땅콩·호두·잣·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는 간식으로 먹기보다는 반찬으로 조금 먹는 정도가 좋다. 채소 요리가 심심하다고 해서 견과류로 맛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견과류를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사무국장은 채식의 효과로 건강 상의 긍정적인 효과 외에도 “이전과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건강한 채식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환경이 파괴되는지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통해 개인차원에서 다양한 의미의 ‘성장’을 하게 됩니다. 나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타인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나가기도 하면서 더 발전적인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채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한국채식연합 홈페이지(www.vege.or.kr)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질환이 있는 경우나 보다 건강한 식단 구성을 통해 채식을 실천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시작하는 것이 좋다. 채식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전문의 정보는 베지닥터 홈페이지(www.vegedoctor.com)에서 알 수 있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요리 협조=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카페 아미가’
최청집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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